매일신문

[야고부] 청춘을 돌려다오

조향래 논설위원
조향래 논설위원

'이 산 저 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 왔건만은, 세상사 쓸쓸하더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늘 백발 한심하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판소리 단가 '사철가'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풍경을 묘사하면서 세월의 덧없음과 인생의 무상함을 노래한다. 사철가는 영화 '서편제'에서 소리꾼 유봉이 눈먼 딸 송화를 데리고 가는 장면에 등장하면서 더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계절이 오고 가듯이 사람의 일생 또한 청춘이 저물어 늙기 마련이니 한 번 주어진 삶을 즐거이 보내자는 내용이다. '백발가'(白髮歌) '편시춘'(片時春) 등도 유사한 내용과 짜임새의 단가이다. '청춘을 돌려다오 젊음을 다오, 흐르는 내 인생의 애원이란다. 못다한 그 사랑이 태산 같은데, 가는 세월 잡을 수는 없지 않느냐. 청춘아 내 청춘아 어딜 갔느냐.'

가수 나훈아와 현철이 불러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던 노래 '청춘을 돌려다오'는 가버린 청춘에 대한 애틋함이 사뭇 절절하다. 월견초(달맞이꽃)란 별명을 가졌던 작사가 서정권이 서른 여덟의 나이로 훌쩍 생을 마감한 것도 그렇고, 대구에서 성장한 가수 신세영이 곡을 붙였다는 것도 노래에 정감을 더한다. 신세영은 6·25 전쟁기 불멸의 히트곡인 '전선야곡'을 불렀던 예인이다. 전선야곡 또한 생사를 가늠할 수 없는 참혹한 전쟁터로 내몰린 청춘의 사모곡이었다.

중등 교과서에도 소개되었던 명수필 '청춘예찬'의 작가 민태원은 '청춘(靑春)!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청춘의 피는 끓는다'며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은 바로 이것'이라고 썼다. 그런데 그 청춘이란 게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한 번 가면 다시 오지 않는 게 문제이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가버린 청춘을 노래하며 무상감을 달래는 것이다.

미증유의 전염병 대란 속에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되었던 신천지예수교회에 대해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가 '청춘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신천지의 거짓 교리에 속아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헌금을 강요당했다'며 '빼앗긴 청춘을 돌려달라'는 것이다. 이 전대미문의 법적 논란에 대한 세간의 관심도 예사롭지 않다. 종교적 교리와 사회적 법리의 간극 속에 잃어버린 청춘의 회한이 눈물겨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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