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영원한 야구 레전드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전 SK 와이번스 감독)이 매일신문에 보낸 특별 야구 칼럼입니다. 이만수 이사장은 "코로나19 극복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몇 자 적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코로나19에 잘 대처해 반드시 이겨내길 기도 하겠다"고 파이팅을 전했습니다.

〈짧은 순간, 바른 선택〉
마운드에서 홈 플레이트까지의 거리는 18.44m다. 이렇게 짧은 거리에서 빠른 볼과 다양한 구질을 판단하고 타격하려면 엄청난 노력과 연구가 필요하다. 나는 젊은 시절부터 마운드에서 홈 플레이트까지 거리를 3등분해 연습했다.
마운드에서 시작해 4m까지는 리듬과 타이밍을 잡는다. 두 번째 8m 거리에서는 구종 파악에 신경 썼다. 변화구인지 직구인지, 높은 볼인지 낮은 볼인지, 몸 쪽인지 바깥쪽 볼인지 파악하는데 신경을 쓴다. 나머지 6.44m는 타격을 할 것인지 아니면 기다리고 있을 것인지 판단하는데 온 신경을 다 쓴다.
타자가 마운드에서 던지는 투수의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볼을 판단하는 시간은 고작 0.4초이다. 그 짧은 시간에 타자가 칠 것인지 아니면 기다릴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투수들의 빠른 볼 구속은 140km 이상이다.
프로야구 감독을 할 때도 숨 막히는 몇 초 안에 결정하는 일들이 너무 많았다. 투수를 바꿀 것인지, 대타를 낼 것인지, 무슨 작전을 낼 것인지, 상대 팀에서는 어떤 작전들이 나올 것인지 등을 머리에 다 입력 시켜서 결정하고 판단해야 한다.
한 경기가 끝나면 그날 경기의 모든 것들을 복습하는 시간을 가진다. 혹 실수는 없었는지, 잘못된 작전은 없었는지를 파악하고 잠자리에 들어간다.
다음날에는 그날 있을 경기에 대해 철저하게 이미지 트레이닝 한다. 선발투수는 누구인지, 어떤 스타일의 팀인지, 감독은 누구이고 어떤 작전을 많이 내는지, 타자들의 습성은 어떤지, 기다리는 타자들인지 아니면 팀에 따라 적극성을 뛰는 팀인지, 도루를 많이 하는 팀인지 등이다.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선발투수가 누구인지 파악하는 일이다. 투수들을 잘 파악하면 어느 정도의 패턴을 갖고 경기에 임하는 투수들이 있다. 물론 그날따라 투수들이 자신 있는 구질이 있다. 거기에 따라 대처하는 능력을 갖도록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전달해야 한다. 이 모든 일들을 철저하게 다 파악해서 그날 경기에 임한다. 이렇게 한 게임을 치르고 나면 파김치가 된다.
한 번의 잘못된 작전이 다 이긴 경기를 망칠 수도 있고 또는 한 번의 멋진 작전으로 인해 다 진 경기를 역전시키는 경우도 있는 것이 야구다.
감독이나 선수가 아주 짧은 순간에 바른 결정을 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준비하고 대처해야 하나. 평생 그 분야에서 노력하고 공부하고 연구하지 않으면 좋은 선택을 하기가 어렵다. 순간의 선택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끝없는 노력과 피나는 훈련만이 올바른 결정을 과감하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주저 하고 망설이는 것은 성격 탓도 있지만 준비하는 과정이 충실하지 않으면 과감함을 잃게 된다.
그리고 감독이나 선수들은 타고난 재능이나 감각도 있어야 하지만 그 분야에서 통찰력도 좋아야 한다. 통찰력은 가지고 있는 정보의 양과 비례한다.
현 시대에는 정보수집과 수집된 정보의 데이터화는 중요한 전략으로 꼽힌다. 다행히 팀마다 전력분석관이 있어 현장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몸으로 뛰는 선수들이나 지도자는 눈을 감고도 수저로 밥을 먹을 수 있는 만큼의 숙련된 야구 기술을 몸에 장착해야 한다. 그래야만 짧은 순간 , 순간들을 좋은 선택으로 채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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