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뮤지컬 어워즈가 열리는 오페라 하우스에는 근사한 슈트와 드레스를 입은 수상 후보자들이 레드 카펫을 밟으며 각기 자태를 뽐내고 있다. 수상 후보작인 뮤지컬 'You&It'으로 어워즈에 참석한 청년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슬그머니 극장으로 들어가 지정된 자리에 착석한 후 마치 주문을 외우듯 읊조린다.
'이번에도 실패일 거야. 그러니 한치의 기대도 하지 말자.'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걸 뮤지컬 '기억을 걷다'의 수상 실패를 통해 뼈져리게 느꼈던 청년은 이번 어워즈 만큼은 양복도 새로 장만하지 않을 것이고 미용실에 들러 고데기를 마는 일 따위는 하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또한 지나가는 카메라 앞에서는 입꼬리를 살짝 치켜 올려 여유만만한 모습을 연출해 보일 것이며 말하지 못할 수상소감 따위는 절대로 준비하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다.
"2019년 뮤지컬 어워즈 창작 뮤지컬 수상작을 발표하겠습니다!"
청년은 만약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또다시 실패하더라도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올시다!'라고 말한 토머스 에디슨처럼 절대로 좌절하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만족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온다'는 제임스 딘의 말처럼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 자신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하지만 아나운서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갑자기 두려움이 엄습해 오기 시작하면서 일련의 실패를 어떻게 또다시 견뎌내야 할지 겁이 나기 시작했다. 청년은 수상 발표를 기다리는 팀파니의 우루룩 떨림과 함께 심장 또한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실의에 빠져 사는 한 남자의 이야기는 이번에도 계속되었다. 뮤지컬 '기억을 걷다'에서는 시간을 되돌려 잃어버린 아내를 되찾는 내용을 다뤘다면, 이번 작품은 죽은 아내와 똑같이 복제된 로봇을 구입해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내용의 뮤지컬이다. 어쩌면 함께 있을 때의 소중함을 망각한 채 꿈만 좇아 살아가는 청년 자신의 어리석은 모습과도 같았다.
이번 목표만 끝내면 모든 게 다 행복해질 거라 이야기하는 '기억을 걷다', 사랑했던 기억은 추억 속에 있을 때 더 아름다운 거라고 이야기하는 '유앤잇'. 이 두 작품은 마치 경주마나 된 것 마냥 주변을 둘러보거나 뒤를 돌아볼 겨를이 없이 앞만 보며 질주해 온 청년의 어리석음과도 같아 보였다.
"수상작은 바로…!"
분명 수상에 탈락한 청년의 표정을 담기 위해 카메라가 다가올 것이다. 청년은 연습했던 입꼬리를 살짝 치켜올려 수상자를 향해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내야 할 순간이 다가왔음을 인지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분명 실패일 거야. 괜찮아. 괜찮아.' 청년은 눈을 찔끔 감고 계속해서 주문을 외우듯 읊조린다. 마침내 팀파니 소리가 멈추고 시상자의 길고 긴 들숨이 끝나는 그 순간 마치 청년의 귓가에 환청이 들리는 듯하더니 수많은 사람들이 청년을 바라보며 그를 일으켜 세운다.
이름 모를 눈물방울들이 청년의 두 볼을 에워싼다. 드디어 우리가 해냈다. 이지 뮤지컬 '유앤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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