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미국의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독일, 프랑스, 미국 등에서 확진자가 급증하고 사망자 수습마저 힘들 만큼 상황이 참혹하다. 23일 기준 전 세계 확진자는 33만8천717명, 사망자는 1만4천687명을 기록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21세기 최악의 감염병'으로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0일 이후 맹렬한 기세로 치솟던 국내 확진자 수는 요 며칠 100명 안팎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불행 가운데 조금씩 희망이 보인다는 점에서 안도감이 든다. 큰 피해를 입은 대구경북도 '신천지'라는 돌발 변수를 뺀다면 다소나마 낭패감을 덜 수는 있다. 그렇다고 전체 확진자의 85.5%, 사망자의 95.5%라는 절대 수치의 중압감을 피해가기는 여전히 어렵다.
그나마 한숨을 돌리게 된 것은 사태 초기부터 정부가 빠르게 진지를 구축하고 적극 대응에 나선 덕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의 학습효과에다 잘 준비된 진단 키트, 효율적인 의료보험 체계를 무기로 이번 사태에 강하게 맞서고 있는 것은 높이 평가할 일이다. 각국 정부는 한국의 대응을 눈여겨보고 있다. 외신들도 '냉정을 찾고 한국만큼만 하라'(Keep Calm and Korea on)는 제목의 기사를 앞다퉈 싣는다. 이렇듯 우리가 코로나 사태 대응의 롤모델이 된 것은 높은 시민의식과 앞선 공중보건 정책과 의료 역량 때문이다. 반대로 방심한 유럽과 미국은 거의 그로기 상태다. 적을 코앞에 두고도 경계와 전술, 무기 등 모든 대비에서 실패하고 궁지에 몰린 것이다.
요즘 유튜브에서 맹활약 중인 영국의 은퇴 의사 존 캠벨은 "현재 코로나 사태에서 믿을 수 있는 데이터는 한국의 것이 유일하다. 광범위한 추적과 격리, 치료, 투명한 정보 공개까지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칭찬했다. 그는 1월 27일부터 두 달 가까이 시시각각 변하는 각국의 코로나19 상황을 설명하고 핵심을 요약해 전 세계 수백만 시청자의 눈과 귀가 되고 있다. "BBC는 못 믿어도 캠벨 박사의 말은 신뢰한다"는 영국인들의 반응만 봐도 그의 존재감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보통의 의사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시간을 쪼개고 감염병에 대한 기초 지식이 없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정보를 자세히 전달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전문가로서의 사명감과 보편적 인류애를 가진 사람만이 가능한 일이다. 부산 북구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검체 채취에 여념이 없는 70대 베테랑 의사 문성환 씨의 이야기도 좋은 사례다. 분명 힘에 부치지만 그는 '생애 마지막 봉사'라는 각오로 방역 현장을 지키고 있다.
보통의 시민도 힘이 될 수 있다. 손 씻기 등 개인 위생을 잘 지키고 외출을 자제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만 잘 실천해도 제 몫을 하는 것이다. 대구시가 이달 28일까지 전개 중인 '3·28 대구운동'도 그렇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시민들의 경계심이 느슨해지자 대구시는 실천 기간을 4월 5일까지로 1주 더 연장한 것은 의미가 크다.
지금 우리는 언제든 집 밖을 나갈 수 있다. 이탈리아처럼 대중교통과 물류서비스를 제외한 모든 기업 활동을 중단시킨 행정명령도, 3월 말까지 공식 서류 없이는 외출을 못하는 프랑스의 금족령 조치도 없다. 그만큼 개인의 자유를 보장받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는 알 수 없다. 전국 신규 확진자가 23일 기준 64명으로 지난달 29일 하루 813명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지만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다. '최악은 아직 오지 않았다'(Worst is yet to come)는 말처럼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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