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기술로 개발도상국 진출은
미래에서 과거로 가는 시간여행
목초지 찾아 떠나는 유목민처럼
중소기업도 새 해외시장 도전을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는 점점 선진국처럼 정보통신(IT), 첨단산업, 문화산업, 서비스업 중심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반면 섬유, 자동차, 기계, 가전 등 제조업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대기업이 제조업 분야에서 더 이상 국내에 새로운 공장을 짓거나 대규모 투자를 한다는 뉴스가 거의 없다는 게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대기업의 투자와 수출에 발맞춰 함께 성장해온 중소 제조기업들은 어떻게 해야 생존할 수 있을까?
물론 세계 일류 수준의 기술력을 가지고 고수익 제품을 생산하거나,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업종 변경을 하는 방법 등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 의존도가 높았던 중소 제조기업 또는 과거에는 앞선 기술이었지만 더 이상 국내에서는 경쟁력이 없어진 기술을 가진 기업들에는 이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오늘은 국내 중소 제조기업의 기술과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해외로 진출해 생존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가축의 먹이인 목초지를 찾아 자유롭게 떠나는 유목민을 '노마드'라고 부른다. 우리 중소기업도 노마드처럼 새로운 기회를 찾아 해외로 진출하는 '중소기업 노마드'가 되어보면 어떨까?
비근한 예로 섬유산업을 보면 과거 영국에서 시작해 일본 한국 중국, 그리고 동남아시아로 그것에 최적화된 환경으로 생산거점을 옮겨 다녔다. 이처럼 지금 우리 제조기업이 가지고 있는 기술에 최적화 된 곳을 찾아 생산 거점을 이동하는 것이 생존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한국의 사업장은 기술 개발과 사업 전략을 담당하고 해외 사업장은 생산과 판매를 담당하는 모델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사업 모델은 해외에 나가 보면 많은 선진국 중소 제조기업들이 이미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중소기업 노마드가 해외 진출을 할 때 어떤 부분들을 생각해봐야 할까?
첫째, 새로운 기회가 있고 우리 회사의 기술과 생산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자. 비즈니스는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만들어 공급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래서 국내에서는 사양산업이지만 개발도상국에서 유망 산업이면 국내 중소 제조기업이 그곳으로 진출해 새로운 성공 신화를 써 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얻은 이익을 국내 연구개발에 투자해 현지 기업들이 따라올 수 없는 기술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이를 통해 국내에도 고급 인력의 일자리를 끊임없이 창출해 나가는 것이다.
둘째, 해외 진출은 인내심을 가지고 그 지역을 배워나가는 과정이다. 무슨 일이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특히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때 인내심과 여유를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해외시장 개척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분이 해준 말씀이 있다.
중소기업이 해외로 진출할 때 대기업처럼 초기부터 물량 공세와 과감한 투자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중소기업은 대기업만큼의 자본과 인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한 번의 큰 실패는 곧 그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분은 중소기업이 해외로 진출할 때 처음 1년은 남들이 보기에 노는 것처럼 보여도 현지에서 현지인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비즈니스 환경과 문화를 충분히 이해한 후 투자 전략을 세워 실행에 옮기라는 것이다.
우리의 빨리빨리 문화는 해외로 진출하면 당장 눈에 보이는 공장을 짓고 생산을 통해 매출을 올리는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중소 제조기업이 대기업과 동반 진출을 하거나 정말 운이 좋은 경우에만 가능할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 중소 제조기업들은 조급함으로 인해 해외 진출에서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한 방에 진출하기보다 하나씩 실행해 가며 시행착오를 겪고 이를 통해 그 나라를 배워나가면서 현지 사업을 조금씩 확장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방식이라 생각한다.
셋째, 개발도상국으로의 진출은 미래에서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다. 이 말은 개발도상국에 진출해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중소 제조기업 관계자로부터 들은 재미있는 표현이다. 대한민국 중소 제조기업은 개발도상국이 가지고 있지 못한 앞선 기술을 가지고 있고, 그 나라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나갈지 어느 정도 예측을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분들은 해외로 진출한 한국 기업을 미래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비유하는 것이다. 물론 그 나라가 문화, 환경 등의 차이로 우리의 예측과 다르게 발전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그분들이 말하고 싶은 것은 개발도상국에 진출하는 기업들이 그곳의 어려운 비즈니스 환경과 불편한 생활 여건만을 보지 말고 그 이면에 숨어 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기회를 보기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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