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중이면서 몸이 불편하신 분들과 8일간 같이 있었습니다. 매일 24시간 같이 있으니 한 몸이나 마찬가지죠. 좁은 공간에서 계속 함께 있어야 했어요. 불안하더라고요. 음성 판정을 받은 분이라고는 하지만 혹시나 저 분이 양성이 나오면 어쩌나 싶었어요."
최근 뇌경색으로 반신마비 상태인 70대 남성 기초생활수급자를 간병했다는 김진형(67) 씨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자가격리자를 돕는 것으로 알고 자원한 간병이었다. 자가격리 중인 70대 남성은 2번의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10㎡가 채 안 되는 2인실에 두 사람이 24시간을 함께 보내는 건 위험천만했다.
화장실을 사용할 때를 제외하고 다른 공간은 없었다. 병원마저 그를 용병 취급하며 잠재적인 감염자로 선을 그었다. 그가 간병하러 간 병원이 그에게 준 보호장비는 하루 마스크 1장이 전부. 김 씨는 "간병하러 왔다 감염되면 어쩌나 싶은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간병인들이 코로나19 감염 공포에 떨고 있다. 병원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방역시스템에 포함되지 못해 위생 지원 등에서 소외되고 있어서다. 대구시의 취약시설 종사자 전수조사에서도 제외되면서 간병인들이 논란의 중심에 떠올랐다.
◆상존하는 위험에 노출된 간병인들
18년차 간병인 여상귀(65) 씨도 마스크 외에는 안전장치가 없는 간병 생활의 연속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초토화되다시피 한 간병업계에서 여 씨는 방역과 감염 사이의 위태로운 줄타기 중이다. 여 씨는 "코로나 터지고 위험하다고 간병인들이 일을 안 하려 한다. 내가 있는 병원에서도 3분의 1 정도만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가 일하고 있는 경북대병원에서 일하던 간병인은 270여 명. 코로나19 발생 직후부터 숫자는 눈에 띄게 줄었다고 했다. 현재는 90명 남짓한 간병인이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간병인들에게 코로나19에 맞설 무기는 오직 마스크뿐이다. 경북대병원은 하루 한 장의 마스크를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여타 대학병원에 비해 나은 조건이라고 했다. 다른 곳에서는 각자 알아서 해야 한다. 이들이 24시간 일하고 받는 돈은 10만원. 시급 4천원 남짓이다.
대구시내에서 활동 중인 간병인은 어림잡아 1천500명 선. 몸이 불편한 환자들의 손과 발이 되고 있지만 이들에겐 코로나 감염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간병인의 건강 상태는 매우 중요하다. 간병인의 컨디션과 확진 여부에 따라 거동이 어려운 이들의 상태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코호트 격리 여부와도 직결된다.
◆취약시설 종사자 전수조사에서 제외
때문에 대구시도 요양병원 등 시설의 요양보호사 등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전수조사하고 있다. 17일 대구 서구 비산동 한사랑요양병원 집단 감염 사태 직후부터였다. 그러나 간병인은 사각지대에 있다.
민주노총 의료연대본부는 모든 간병인들의 검사를 요구하고 있다. 직무를 중심으로 방역시스템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간병인은 방역체계 안에서 관리돼야 한다는 요구다. 중환자들이 밀집해 있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간병인 누락은 병원 방역에 또 다른 구멍이라는 주장이다.
신은정 의료연대본부 사무국장은 "요양보호사들은 오늘은 대학병원 간병인, 내일은 요양병원 간병인으로 일하고 있다"며 "어디서든 감염의 위험을 안고 있기는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대구시는 간병인들의 전수 진단검사와 관련해 전문가들과 협의 중인 단계라는 입장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24일 오전브리핑에서 "전수조사가 유효하려면 병원에서 간병인의 이동과 교체 부분에 대한 분명한 통제 시스템이 가동돼야 전수조사에 의미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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