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46년을 맞은 이태수(73·사진) 시인이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대구에 칩거하며 봄을 기다리는 희망을 담은 열여섯 번째 시집 '유리창 이쪽(문학세계사)'을 출간했다.
시집 속 '봄 전갈=2020 대구 통신'은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대구시민의 심경을 담고 있다.
당신은 괜찮으냐고, 몸조심하라고/ 안부전화가 걸려올 때마다,/ 그런 문자메시지가 줄을 잇고 있어서/ 고맙기는 해도 되레 기분이 야릇해집니다/ 이곳이 왜 이 지경까지 되어버렸는지/ 생각조차 하기 싫어집니다/ 마스크 쓰고 먼 하늘을 쳐다봅니다
오늘도 몇 사람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날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 억장이 무너집니다/ 하지만 그 끝이 보일 때가 오겠지요/ 더디게라도 새봄이 오기는 올테지요 〈봄 전갈=2020 대구 통신 중에서〉
이 시집은 내적 성찰을 바탕으로 한 지성적 관조로 자아와 세계의 조화로운 합일을 꿈꾸며 순수한 인간정신의 불멸성과 삶의 이상적 경지를 추구하고 지향하는 철학적 사유과 심화된 서정시를 보여준다.
시의 행과 연의 앞뒤 흐름이 대칭 구조를 이루도록 시각적 형태미를 더욱 강화한 점도 뚜렷한 특징이다.
이태수 시인이 서 있는 자리는 '유리창 이쪽'이다. 유리창으로 분할되는 투명한 경계는 넘을 수 없는 벽이지만, 투명하므로 동시에 안과 밖을 이어주기도 한다. 유리창 이쪽은 실존의 공간이며 생활과 생존의 공간이어서 현실적 주체의 터전이다. 시인은 유리창 너머를 동경하지만 유리창 이쪽의 현실에도 충실하다.
지금 대구는 여전히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코로나19의 확산세는 주춤해졌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할퀴고 간 자리에는 황폐한 지역경제만 남아 대구시민의 마음을 얼어붙게 한다. 2020년 과연 대구에는 봄이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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