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라언덕] 위기,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 찾자

대구시의 코로나19 긴급생계자금 총선 이후 지급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지난 25일 대구시청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대구시.구 의원들이 선지급. 후검증 절차로 긴급생계자금을 3월말부터 즉시지급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대구시의 코로나19 긴급생계자금 총선 이후 지급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지난 25일 대구시청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대구시.구 의원들이 선지급. 후검증 절차로 긴급생계자금을 3월말부터 즉시지급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한윤조 경제부 차장
한윤조 경제부 차장

코로나19 사태를 둘러싸고 '돈의 전쟁'이 한창이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앞다퉈 저마다의 금액, 기준, 지급 방식을 통한 '재난소득', '긴급생계자금' 명목의 현금 지원을 시작하면서 국민들 사이에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여기에다 더 뜨거운 화두는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는 해묵은 논쟁이다. 전주시를 시작으로 서울·대구·경북도 등은 취약계층에 '선별적'으로 지원을 밝힌 반면, 경기도와 울산 울주군 등은 전체 도·군민에게 10만원씩 보편적 지급을 선언했다.

사실 둘 다 장단점은 있다.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형평성이 높고 선별에 드는 행정비용을 줄일 수 있는 대신 막대한 예산이 든다. 반대로 선별적 서비스는 적은 비용으로 꼭 필요한 사람을 지원할 수 있어 효율성은 높으나, 선별 과정에서 사각지대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데다 행정비용이 상당하다.

너도나도 지갑을 닫는 돈맥경색 국면에서 국가가 풀어내는 자금은 소비를 진작해 경제를 다시 돌아가게 마중물 역할을 한다. 미국과 일본 등 세계 각국이 '현금 지원' 카드를 꺼내드는 이유다. 선불카드나 상품권 등의 형태로 사용 기한을 한정하면 효과는 더욱 커진다. 지금은 어쨌든 어떤 형태로든 현금성 지원은 필요한 상황이라는 말이다.

여기서 집중해야 할 것은 '속도'다. 재난 상황에서의 긴급 구호는 신속성이 생명이다. 때 늦은 지원은 아무 소용이 없다.

하지만 당장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와 중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64만 가구에 4천960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대구시는 이의 집행을 놓고 혼란을 겪고 있다.

공무원의 업무 과부하를 들어 총선 이후로 지급을 연기하겠다고 했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았고, 은행권까지 접수와 배분 업무에 도움을 청해 놓은 상황이다. 공무원들은 방역에, 은행원들은 대출 서류에 야근을 밥먹듯이 하는 상황이니 긴급생계비 선별과 배분에는 당연히 속도가 더뎌질 수밖에 없다.

지급 기준으로 삼은 건강보험료 납부도 벌써 논란이 되고 있다. 하루아침에 매출의 90% 이상이 날아간 이들이 상당수인데 과거의 잣대로 재난 피해를 판단한다는 건 뭔가 어긋나 보인다.

현재 대구시가 내놓는 4천960억원을 대구 인구 243만6천588명으로 나눠도 1인당 20만원씩이다. 4인 가족은 8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대구시는 이번 긴급생계지원 수혜 대상이 64만 가구라고 했지만 대구의 모든 가구수는 103만이다. 여기서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 기존 복지수급자를 제외한 나머지 지급 대상을 선별해내기 위해 막대한 인력과 시간을 투입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효과적인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그렇다면 이제 선별이냐 보편이냐, 포퓰리즘이냐 예산 거덜내기냐는 해묵은 논쟁은 그만두고 정말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모색해보면 어떨까.

바로 최근 일부에서 제안하고 있는 '선 보편 후 선별 회수' 방식이라는 절충안이다. 일단 시급한 상황인 만큼 정책의 속도감을 위해 전체를 대상으로 지급한 뒤, 고소득층에는 세금 등의 방식으로 다시 거둬들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각지대 없이, 예산은 절약하면서 빠르게 정책을 시행할 수 있다. 캐나다는 기초연금에서 이미 사용 중이다.

이제와서 이미 시작돼버린 지자체들의 정책을 뒤엎을 순 없겠지만, 3차 비상경제회의를 앞두고 전 국민적 기대감과 우후죽순 터져나오는 지자체들의 정책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할 상황인 정부는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는 방안 아닐까. 지금은 정치적 색깔 논쟁보다 위기를 넘기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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