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 기계없이 손으로…12시간씩 코로나 폐기물과 사투

하루 처리하는 폐기물만 45톤…기사, 직원들 휴일 없이 강행군
상·하차 과정 감염 위험에 노출

26일 경북의 한 의료폐기물 소각장에서 운반기사와 소각장 직원이 폐기물 하역작업을 하고 있다. 김지수 기자
26일 경북의 한 의료폐기물 소각장에서 운반기사와 소각장 직원이 폐기물 하역작업을 하고 있다. 김지수 기자

26일 경북의 한 의료폐기물 소각업체에는 대구경북 각지의 의료기관과 생활치료센터에서 온 트럭들로 북적였다.

의료폐기물을 실은 트럭들은 소각 창고 입구에 트럭 엉덩이를 들이밀었다. 차량 후미가 창고 입구에 위치하도록 주차하면 업체 직원들은 쏜살같이 달려와 소독을 시작했다. 소독은 기계적이면서도 효율적이었다.

소독이 끝나자 방호복과 장갑, 마스크로 중무장한 트럭 운전자가 차에서 내렸다. 보통 의료폐기물이 아닌 탓이었다. 대구시내 각 대학병원에서 수거된 코로나19 의료폐기물. 이들은 업체 직원과 함께 의료폐기물이 담긴 원통형 플라스틱 용기를 리프트에 하나씩 올렸다. 리프트는 규칙적으로 움직였고 소각로 입구까지 이동하는 건 자동이었다. 잠시 멈칫하나 싶더니 이내 소각장으로 떨어졌다.

코로나19 사태가 한 달을 넘으면서 대구경북 각 의료기관에서 방대한 양의 의료폐기물을 쏟아내고 있다. 코로나19와 맞서 싸우는 숨은 공로자, 의료폐기물 소각업체 직원들의 강행군 역시 한 달 이상 이어지고 있었다.

◆휴일 없이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폐기물 처리

코로나19 사태 전 이 소각업체에는 의료폐기물을 실은 1~5t 트럭이 하루 30대 정도 들어왔다고 했다. 그러나 대구경북에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달 중순 이후로는 코로나19 의료폐기물을 실은 트럭이 하루 평균 20대 이상 추가로 들어오고 있다는 것.

코로나19 이후 이곳에서 처리하는 의료폐기물 양은 45톤 정도다. 늘어난 의료폐기물을 처리하느라 운반기사와 소각업체 직원들은 몇 주째 휴일이 없다고 했다.

이날 소각업체에서 만난 운반기사들의 일과는 오전 4시부터 시작된다고 했다. 10년 넘게 의료폐기물을 수거, 운반해온 A(53) 씨는 "평소에 하루 한 번씩 가던 병원에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지난달 말부터는 두 번씩 간다. 코로나19 의료폐기물을 싣는 순간 다른 병원을 경유하지 못하기 때문에 의료기관과 소각장을 하루에도 수차례 오간다. 요즘 하루 평균 근무 시간이 12시간을 넘기 일쑤"라고 했다.

26일 경북의 한 의료폐기물 소각장에서 운반기사와 소각장 직원이 폐기물 하역작업을 하고 있다. 김지수 기자
26일 경북의 한 의료폐기물 소각장에서 운반기사와 소각장 직원이 폐기물 하역작업을 하고 있다. 김지수 기자

코로나19 의료폐기물은 마스크, 방호복, 확진자의 식사 잔반 등이다. 무게는 비교적 가벼운 반면 폐기물 용기 개수는 많은 게 특징이다. 이 때문에 트럭 적재용량의 40%도 못 채워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날 대구의 한 생활치료센터를 거쳐 소각장에 온 3.5톤 트럭에 실린 폐기물 양은 700kg에 불과했다.

◆안전 위해 방호복 입고 하나하나 하역

코로나19 의료폐기물은 훼손, 손상의 우려가 있어 차에서 내릴 때 기계나 장비를 사용할 수 없다. 기사와 소각업체 직원들이 직접 하역작업을 해야 한다. 3.5톤 트럭에 싣고 온 의료폐기물을 하역하는 데 걸린 시간이 평균 1시간 30분인 이유였다.

운반기사 B(49) 씨는 "의료폐기물을 수거, 운반하는 일은 대체인력이 없기 때문에 기존 기사들이 연차도 쓰지 못하고 일하고 있다. 병원 내원 환자들의 감염을 막기 위해 최대한 진료시간을 피해 일정을 짜다 보니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일하기 일쑤"라고 했다.

운반기사들과 소각업체 직원들은 직접 의료폐기물을 상·하차하기 때문에 늘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다. 때문에 코로나19 의료폐기물을 수거해오면 소각장에 도착하자마자 새 방호복으로 갈아입고 하역작업을 한다.

운반기사 C(50) 씨는 "통풍이 안 되는 방호복을 입고 일하면 온몸이 땀범벅이 된다. 몸도 힘들지만 운반 도중에 실수로 의료폐기물이 담긴 통을 떨어뜨리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그래도 아침 일찍 움직인 덕분에 깨끗하게 비워진 병원 창고를 보면 개운하고 보람도 느낀다"고 했다.

한편 코로나19 의료폐기물은 병원 창고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소각될 때까지 한국환경공단의 '올바로시스템' 전산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관리되고 있다. 폐기물별 무게, 종류 등의 정보가 담긴 칩을 통해 폐기물 배출, 운송, 소각장 입고, 소각까지 실시간 추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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