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생산 현장에 직격탄을 맞은 대구경북 제조업계에서 '인력 조정' 바람이 확산되고 있다. 이미 소기업 가운데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 강제 휴직을 실시하거나 근무 인원을 줄이는 곳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큰 업체로도 번질 경우 제조업계 발(發) 실업 쇼크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높다.
◆소기업들부터…감원(減員) 쇼크 현실로
경북 경산의 자동차부품업체 A사는 보름전부터 오후 6시 이후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근로자 약 50명의 2차 벤더인 이 업체는 일감이 줄면서 최근 공장 가동 시간을 자정 전으로 줄였는데 또다시 줄인 것이다. 주요 납품처인 현대차 체코공장과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이 가동을 멈추자 일감이 더욱 감소해서다.
이 업체 대표는 "생산직 근로자 3분의 1을 지난주에 내보냈고, 관리직 인원도 3개조로 나눠 번갈아 출근하고 있다"며 "다음달부터는 전 직원을 3개조로 나눠 출근시킬 예정"이라고 했다.
소기업 가운데는 이미 근무인력 감축과 월급 삭감을 단행하거나, 감원 등 '비상 수단'을 고려 중인 곳이 늘고 있다.
서대구산단의 B섬유업체는 원자재 수급 및 신규 발주 중단이라는 이중고를 견디다못해 이달 중순부터 노사합의로 '주3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급여도 근무시간에 비례해 낮췄다. 이 회사 관계자는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이 대부분이다. 해고 만큼은 피해보자는 뜻에서 고통을 나누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대구 3산단의 자동차부품 납품업체인 C사는 이달 들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0%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감원을 검토 중이다. 이 회사는 근로자 50명 가량의 3차 벤더다. 회사 관계자는 "현 상황이 두 달 이상 이어지면 인건비 절감 없이는 버티기 힘들다"고 밝혔다.
소비 위축으로 직접 타격을 입은 소비재 업체 상황은 더욱 절박하다. 대구 동구의 식품가공업체 D사 관계자는 "학교 급식업체 납품이 주 수입원인데, 현재 매출이 작년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체 직원 45명 가운데 일부는 휴직에 들어갔고 나머지도 오전 근무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 시 인력 조정 상황은 큰 업체로도 번질 가능성이 높다.
대구의 1차 완성차 협력업체인 E사는 2월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약 30% 줄었다. 현대기아차 해외공장을 비롯해 주요 납품처 공장이 정상가동되지 않고 있는데다, 원자재 수급도 물류 비상으로 여의치 않아서다. A사 관계자는 "앞으로 매출이 더 감소할 경우 순환근무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고용유지지원금도 큰 도움 안돼…제조업 고용 부진 심화될 것
고용 감축을 막기위한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를 놓고도 기업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바로 직원을 내보내기보다는 우선 휴직을 실시해 정부 지원금을 받겠다는 곳이 많지만, 임시 방편일 뿐 제조업 고용부진은 불가피하다는 비관적 전망들도 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기업들이 감원 없이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25일 정부는 올해 고용유지지원금 규모를 기존 1천억원에서 5천억원으로 늘려 현재 75% 수준의 휴직수당 지원비율을 90%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대구 섬유수출업체 F사는 올해 상반기까지 수출계약이 전부 끊겼고 국내 납품도 크게 줄어 생산직 직원 뿐 아니라 사무직도 할 일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일부 직원 휴직을 실시해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긴 했지만 사실 큰 도움이 안된다. 연말까지 매출절벽이 이어질텐데 언제까지 직원을 쉬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대구 제조업계 인력 감축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된다. 가뜩 자동차부품, 섬유 등 업종 전망이 좋지 않은 마당에 코로나19 확산이 인력 구조 조정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구 한 경제계 인사는 "대기업 협력업체 경우 인력 구조 조정이 사실상 유일한 원가 절감 수단이지만 뚜렷한 계기가 없거나 노조 반발로 선뜻 인력 감축에 나서지 못했던 곳이 많았을 것"이라며 "코로나19 에 따른 매출 감소를 이유로 주요 업체까지 인력 감축에 나서면 실업 여파가 더 휘몰아 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상공회의소 황준석 대구인적자원개발위원회 고용전문관은 "코로나19 영향이 즉각 반영된 서비스업과 달리 제조업체들은 경제 위축이 전세계로 번지면서 부진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며 "고용유지지원금의 경우 당장은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경기 위축이 오래 이어질 것으로 보는 기업 입장에선 회사가 내는 4대보험 비용마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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