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겪으며 일상에서 눈에 띄게 달라진 현상 중 하나가 낯선 외래 용어다. 전 세계적 유행병을 의미하는 '팬데믹'에서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봉쇄나 감금을 뜻하는 록다운(Lock down), 패닉 바잉(사재기) 등이 대표적인 예다. 아웃브레이크(대발생)나 클러스터(집단감염), 오버슈트(폭발적 감염)와 같은 용어도 신문방송에 자주 오르내린다.
이슈에 빠르게 적응하는 젊은 층은 이런 영어 표현에 이해도가 높고 거부감도 별로 없다. 하지만 장·노년층의 경우 상대적으로 용어 이해나 활용에 어려움이 따른다. 우리말로 대체할 수 있는 표현 또한 마땅치 않아 이런 용어를 접할 때마다 위화감이 커지는 것이 현실이다.
일본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일본 정부 발표나 언론 보도에 외국어 표현이 빈번하게 등장하자 사용을 자제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용어를 상황에 맞게 바꿔 쓰는 움직임도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우리 정부와 언론은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치사율(致死率)로 표기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치명률(致命率)로 바꿔 쓰고 있는데 '치사'의 불편한 어감도 그 이유이지만 질병으로 인한 사망의 경우 치명률이 보다 정확한 표현이어서다. 반면 비말(飛沫)처럼 우리말 대체가 번거로운 용어의 사례나 '사회적 거리두기' 대신 '물리적 거리두기' 표현을 강조하는 움직임도 있다.
주목할 것은 '심리 방역'이라는 용어다. 이는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불안감은 물론 사태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 등 스트레스가 커지면서 나타나는 불면증 등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정신건강의학에서 쓰는 표현이다. 최근 서울 성동구청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친 주민을 위해 공원 운동장을 자동차극장으로 바꿨는데 일종의 '심리 방역'이다.
무엇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국내 그 어느 지역보다 긴장도가 높고 스트레스가 큰 곳으로 치자면 대구시가 으뜸이다. 이런 중압감으로 인해 시민들의 인내심과 경계심도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느슨해지는 추세다. 아무쪼록 이런 위기를 잘 이겨낼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심리 방역에도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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