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뉴욕 봉쇄'는 실행되지 않았다. '자본주의의 심장'과도 같은 뉴욕은 중국 우한처럼 봉쇄하겠다고 나서도 봉쇄되는 곳이 아닐 뿐 아니라, 봉쇄할 수도 없는 미국의 상징이다. 무엇보다 트럼프는 시진핑이 아니며, 뉴욕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뉴욕 봉쇄 명령을 "지리적으로 주민을 가두는 것은 격리(quarantine)가 아니라 중국이 우한 시민에 한 것 같은 봉쇄(lock down)"라며 "우리는 중국이나 우한에 사는 게 아니며, 나는 이것이 불법이라 믿는다"고 거부했다.
트럼프는 '봉쇄'가 중국의 오래된 전통이라는 사실을 간과했다. 중국에선 통하는 봉쇄가 미국에서는 통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몰랐다.
중국은 코로나19의 발생지인 우한(武漢)에 대한 봉쇄 조치를 오는 4월 8일부터 전면 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후베이(湖北)성에 대한 봉쇄는 이미 풀었다. 대신 중국은 28일부터 모든 외국인에 대한 중국 입국 금지 조치를 전격 시행하고 있다. 국내 봉쇄를 풀고, 해외에서 입국하는 외국인에 의한 바이러스 유입을 전면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적반하장도 이 정도면 기네스북감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해서 중국 전역이 아수라장이 된 상황에서도 상당수 국가들은 중국인에 대한 전면 입국 금지 등 봉쇄를 택하지 않았다.
'봉쇄'에 대한 우리와 중국의 인식은 천양지차이다. 자고 나면 봉쇄령이 내려지는 일은 중국에서는 늘 일어나는 '일상'(日常)이었다.
겨울철에 폭설이 내리면 우리는 제설 작업을 서두른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고속도로에 대한 제설 작업에 앞서 도로를 전면 차단하는 봉쇄 조치를 먼저 발동한다. 베이징 올림픽이 열린 2008년 미세먼지 수치가 높아지자, 베이징과 인근 허베이성(河北)의 모든 공장에 대해 가동중단 명령을 내리는 봉쇄 조치를 취한 것이 중국 정부다. 베이징시내의 모든 차량에 대해서는 강제 '홀짝제'를 올림픽이 열리는 한 달여 동안 시행했고, 전인대와 정협 등의 양회(兩會)가 열리는 베이징의 대기오염이 심각해지자, 자율 차량 홀짝제를 시행하는 것도 모자라, 아파트 등 집단거주 지역에서 퇴역 공산당원들이 각 가구를 방문, 자동차 키를 회수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를 통해 홀짝제를 강제 시행한 곳도 중국이었다.
인터넷과 SNS 역시 당국의 통제와 우회로를 찾아나서는 창과 방패의 공수(攻守)가 교차하는 전쟁터였다. '만리방화' 시스템을 통해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고, '진싼팡'(金三胖)과 '곰돌이 푸우' 같은 단어를 차단하면서 최고 지도자와 이웃 국가원수에 대한 조롱을 통제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러니 전격적인 봉쇄 조치와 차단에 대해 중국인들은 놀라거나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늘 일어나는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우한 봉쇄령'이 전격 시행되기 직전, 500여만 명의 우한 시민들이 서둘러 우한을 탈출하다시피 한 것은 일상적인 봉쇄 조치에 대처하는 중국인의 일상적인 생활 방식이었던 셈이다.
무엇보다 봉쇄와 차단과 탈출은 '마오쩌둥'(毛澤東)의 생존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다. '중국 혁명'의 위대한 승리라는 '대장정'도 따지고 보면, 장제스(蔣介石)의 제5차 '초공전'(剿共戰·공산당 토벌작전)에 맞서지 못하고 도망쳐야 했던 중국 공산당 홍군의 필사적인 탈출 작전이었을 뿐이다. 사실 초공전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당시 홍군 근거지인 루이진(瑞金)을 탈출한 홍군 10만여 명 중에서 '옌안'(延安)에 도착한 잔존 병력은 4천여 명에 불과했다.
마오(毛)로서는 대장정을 통해 살아남은 중국 공산당과 홍군의 최고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고, 새로운 근거지를 확보하는 성과를 얻었지만 중국 공산당으로서는 엄청난 타격을 입어 항일전쟁에 나서지도 못한 채 숨어 지낼 수밖에 없었다.
그때부터 중국 공산당은 봉쇄와 차단을 주요 전략으로 삼았다. 중국 내전의 마지막 승부처였던 창춘(長春) 공략에 나선 홍군은 직접 맞서 싸우는 대신 봉쇄 전략을 구사했다. 6개월간의 창춘 봉쇄로 16만여 명에 이르는 무고한 시민들이 굶어죽었다. 봉쇄의 학습효과는 이처럼 끔찍했다.
바이러스는 봉쇄 전략으로는 완벽히 차단할 수 없다. 우한 봉쇄로 중국은 바이러스의 전파를 차단한 것이 아니라 감염 정보를 차단하고 무고한 우한 시민들을 창궐하는 바이러스의 지옥에 고립시킨 것일 뿐이었다.
우리는 여전히 중국이 우한발 '코로나19' 사태를 성공적으로 벗어났다고 여기지 않는다. 후베이성과 맞닿아 있는 장시성에서 후베이 사람들의 통행을 가로막고 나선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봉쇄와 차단은 이제 통제 사회에서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바이러스 대처법으로 판명되었다. 봉쇄는 열린 공간에서는 생존력을 잃어버리는 닫힌 체제의 정치적 수사학(修辭學)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는 바이러스는 절대로 봉쇄되지 않는다.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댓글 많은 뉴스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구미 '탄반 집회' 뜨거운 열기…전한길 "민주당, 삼족 멸할 범죄 저질러"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
尹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임박…여의도 가득 메운 '탄핵 반대'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