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토록 헤매어도 끝내 봄을 찾지 못해 / 終日尋春不見春(종일심춘불견춘)
짚신 신고 산꼭대기 구름까지 뒤져봤소 / 芒鞋踏破嶺頭雲(망혜답파령두운)
돌아오니 난데없이 매화향기 훅 풍겨와 / 歸來偶把梅花臭(귀래우파매화취)
돌아보니 가지 끝에 봄이 이미 깊습데다 / 春在枝頭已十分(춘재지두이십분)
"산 너머 저쪽 하늘 아득한 저 곳/ 행복이 있다고들 말을 하건만,/ 아, 나도 남을 따라 찾아갔다가/ 눈물만 머금고 돌아 왔다네/ 산 너머 저쪽 하늘 아득한 저 곳/ 행복이 있다고들 말들 하건만." 내가 어렸을 때 우리 동네 단골 이발소에 푸시킨의 '삶'과 함께 좌우로 나란히 걸려 있었던 독일의 시인 칼 붓세의 '산 너머 저쪽'이라는 시다. 행복이 산 너머 저쪽에 있는 것이 아님에도 우리는 자꾸 산 너머 저쪽을 기웃대곤 한다.
그럼 행복은 어디 있는가. 그것이 궁금하면 벨기에의 극작가 모리스 마텔를링크의 '파랑새'를 읽어보면 된다. 가난한 나무꾼의 아이들인 틸틸과 미틸(치르치르와 미치르는 일본식 표기) 남매는 파랑새를 찾기 위해 이 세상을 샅샅이 뒤지다가 기진맥진하여 집으로 돌아온다.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그들은 자기 집 새장 안의 새가 바로 파랑새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다. 작품 속의 파랑새가 행복의 상징이라면, 우리가 간절하게 찾는 행복은 뜻밖에도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고 말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 어느 여승의 오도시(悟道詩)라고 전해지는 위의 작품도 마찬가지다. 화자는 봄을 찾기 위해 짚신을 신고 산꼭대기 구름까지 뒤지다가 허탈하게 집으로 돌아온다. 바로 그때 바람결에 난데없이 훅 풍겨오는 매화 향기! 돌아보니 뜰의 매화가 한창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고, 그 꽃망울 속에 이미 봄이 깊을 대로 깊어 있었다는 얘기다. 이 시가 오도시임을 감안한다면, 작품 속의 봄은 '도'에 대한 비유가 될 터. 그러니까 도는 산 너머 저쪽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가까운 우리들의 일상 속에 있다는 게다.
"대학원 첫 수업 날 강의실을 찾으려고 영암관 3층 교실을 낱낱이 다 살펴봐도/ 도무지 찾을 수 없네, 영암관 306호!// 그것 참 이상하네, 교학과에 물었더니 여직원이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묻네/ 선생님 연구실이 혹시, 영암관 몇 호세요?// 번쩍! 벼락을 맞고 허둥지둥 돌아가서 영암관 306호를 드디어 찾았다네/ 천지간 어여쁜 꽃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되다가 만 나의 시 '영암관 306호'다. 환갑을 지난지도 이미 오랜데, 등에 업은 아이를 삼년동안 찾아 헤매는 일은 이쯤에서 그만 접어야 하겠다.

이종문 시조시인, 계명대 한문교육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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