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15 핫플] 대구 북갑…"정책·비전" vs "정권 심판" vs "현역 자존심"

이헌태 "공약과 비전으로 모든 승부수 던질 것"
양금희 "막판으로 갈수록 더 유리해질 것"
정태옥 "주민들이 직접 공천 결과 심판할 것"

(왼쪽부터) 이헌태, 양금희, 정태옥 후보.
(왼쪽부터) 이헌태, 양금희, 정태옥 후보.

대구 북갑은 현역 국회의원인 정태옥 후보가 공천배제(컷오프)된 이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선거 초반 유권자들 사이에서 다소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보수 성향이 강한 북갑에서 미래통합당 공천장을 거머쥔 양금희 후보가 표밭을 다지고 있으나 현역 의원 무소속 출마라는 변수에 긴장을 놓지 않고 있다.

양 후보가 정 후보의 '현역 프리미엄'을 뛰어넘어 국회 입성에 성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정 후보가 지역구 지키기로 재선에 성공할지가 북갑 선거구의 최대 관전 포인트다.

◆"아직 잘 모르겠네예" 고민하는 시민들

29일 오전 11시쯤 경대교에 핑크색 점퍼를 입고 나타난 양금희 통합당 후보는 "통합당 공천받은 양금희입니다. 이번에 공천받았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라며 일일이 명함을 건네며 시민들과 인사에 여념이 없었다.

양 후보는 "문재인 정권 심판하려면 2번입니다. 대구 경제 위해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70대 한 할머니는 "통합당 찍습니더. 걱정마이소"라며 호응했고, 50대 한 남성은 "말뚝 박으면 된다 생각마이소. 대구 위해 예산 많이 받아와야 합니더. 가와야 시민이 산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29일 오전 대구 북구 꽃보라동산에서 양금희 미래통합당 후보(대구 북갑)가 유세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남영 기자 iny0104@imaeil.com
29일 오전 대구 북구 꽃보라동산에서 양금희 미래통합당 후보(대구 북갑)가 유세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남영 기자 iny0104@imaeil.com

오후 2시쯤 칠성시장 네거리. 정태옥 무소속 후보는 '더 강한 현역 국회의원 정태옥'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모습을 드러냈다. 정 후보는 "현직 국회의원 정태옥입니다. 이번에 무소속으로 출마합니다. 칠성시장 아케이드도 제가 하고 있습니다"라며 시장 곳곳을 누볐고, 한 상인은 "욕보지예"라며 반가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생선가게 50대 한 상인은 "공천 못 받아서 우야노"라며 손을 잡았다.

그러나 대다수 상인과 시민들은 아직 소식을 모르는 듯 "와 9번으로 나왔노" "하긴 잘했는데 와 공천을 못 받았을꼬"라며 웅성거리도 했다. 그럴 때마다 정 후보는 "북구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전략공천은 아닙니다. 주민 힘으로 보여주십시오. 진짜 좀 도와주이소"라고 호소했다.

29일 오후 대구 북구 칠성시장에서 정태옥 무소속 후보(대구 북갑)가 유세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남영 기자 iny0104@imaeil.com
29일 오후 대구 북구 칠성시장에서 정태옥 무소속 후보(대구 북갑)가 유세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남영 기자 iny0104@imaeil.com

오후 4시쯤 교육박물관에 파란색 점퍼를 입은 이헌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자전거를 끌고 나타났다. 근처 산격시장을 찾은 이 후보는 시민들과 상인들을 향해 "북구청장 나왔던 이헌태입니다. 이번에 한 번 밀어주이소"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지나가던 60대 여성 두 명은 "반갑습니다. 축하합니다"라며 화답했다.

정자에 앉아 쉬고 있던 80대 할머니들은 "사람이 좋더라. 잘 되겠지요. 걱정하지 마이소"라며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29일 오후 대구 북구 산격시장에서 이헌태 더불어민주당 후보(대구 북갑)가 유세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남영 기자 iny0104@imaeil.com
29일 오후 대구 북구 산격시장에서 이헌태 더불어민주당 후보(대구 북갑)가 유세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남영 기자 iny0104@imaeil.com

◆정권 심판론 vs 공천 비판 vs 보수표 양분

4년 전 총선에서 정태옥 후보를 향했던 표심이 이번엔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당락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 초반 '현역의원 프리미엄'이 있더라도 선거 끝을 향해 갈수록 '정권 심판론'이 불면 당 대 당 구도로 펼쳐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양금희 후보는 이를 염두에 두고 얼굴 알리기에 열을 올리며 지방의원과 당원 이탈 단속에 나서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양 후보는 이날 유세에 김지만 대구시의원, 조명균 북구구의원과 동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양 후보는 선거 판세에 대해 "예비후보로 나섰던 이상길 전 대구시 행정부시장도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지지해주셨고 최근 많은 분들이 캠프에 합류하며 조직 면에서도 밀리지 않는다고 본다"며 당 차원의 지원과 정권 심판론도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공천 관련 논란에 대해선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낙하산 공천 아니냐는 얘기였다"면서 "그러나 인재영입 1호가 그냥 됐겠느냐. 당에서 충분히 검증했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 "초·중·고교와 대학까지 나온 대구에 오고 싶었다"며 "해야 할 일이 가장 많은 곳에서 일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북갑으로 온 것"이라며 정면 반박했다.

그러나 정태옥 후보는 양 후보를 겨냥해 "내리꽂기 공천"이라며 날을 세웠다.

정 후보는 "대구를 위해 열심히 싸운 사람이 공천 못 받은 건 정말 부당하다"며 "너무나 뜬금없는 분이 갑자기 온 것에 대해 주민들이 알아서 심판하리라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무소속 선전 가능성에 대해선 "주민들이 뜨거운 지지를 보내주고 있어 당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생각한다"며 기선 제압에 나섰다.

보수 양강 구도가 이헌태 민주당 후보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다.

이 후보는 선거 구도에 대해 "다른 후보들에 대해 신경 쓸 겨를이 없다"며 선을 그으면서도 "지난번 구청장 선거에 나와서 41%를 얻었다. 이헌태라는 사람에 대한 이미지를 갖고 계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10년간 북구를 지켰다.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를 보겠다"며 "금호강 르네상스 등 지역 프로젝트를 제안해 성사시킨 경험이 있다. 북구를 대구의 심장으로 부활시키기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정준 우리공화당 후보가 보수층 표심잡기에 가세하고 있고, 조명래 정의당 후보가 지역 진보층 민심을 훑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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