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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새책]연인, 있어요/ 정숙 시집/ 시산맥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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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느라 지칠 때면 죄 없는 바람을 향해 바람수제비나 떠본다. 날개 달린 듯 잘 튀어 오르지 않으면 돌멩이 얼굴 모양이나 탓하면서.'

이 시집 지은이의 머리말 전문이다. 삶이 지칠 때 내 탓보다 남 탓이 차라리 나을 때가 있다. 내 탓을 하기엔 삶의 무게가 너무 무겁기 때문이리라.

'제 가벼운 꽃 분홍 몸 색을/눈 시린/빛으로 남기려고/홍매들/스스로 온몸에/먹물을 쏟아부었나?/검붉은 빛이/ 옛 선비, 사랑방의/묵향 은은하게 비춘다'(시 흑매 1)

시집 뒤편 해설편의 제목이 '삶의 옹이를 어루만지는 깨달음의 미학'이다. 여기서 해설자는 시를 쓰기 위해서는 대상이나 사물에 대해서 오랫동안 살피고 관찰하는 시간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서 사물의 본질을 발견하거나 이미 갖고 있는 인식 너머의 것들을 엿본다고 했다.

또한 시인으로서 깨달음은 삶과 언어의 오랜 연마를 거친 후에야 도달하게 되는 도의 경지와 같다고 했다.

지은이는 7권의 시집을 낸 시인이다. 그녀의 모든 의식은 삶의 깨달음으로 나아가고 도달하고자 하는 곳도 허망하거나 이상적인 지향점이 아닌 삶의 옹이를 어루만지는 인간적인 지점으로 귀결하고 있다.

지은이의 시를 보면 대개가 호흡이 긴 문장들로 되어 있고 간간히 짧은 시어들도 눈에 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보면 쉽게 읽히는 것은 쉽게 읽히는 대로, 모호한 의미를 갖고 있는 시는 모호한 대로 나름의 기교를 부여하며 종국에는 깨달음의 미학을 투영시키고 있다.

가깝게는 자신의 일상적 사건에서부터 점차 사물과 대상, 타자로, 세계로 확장되는 의식과 자각의 발견이 집대성 되어 있다.

'(…)비 오는 날 연못엔 맘 놓고 취할 수 있는/술잔과 술친구가 있다'(시 술친구 중에서)는데 꼭 한 번 찾아봐야겠다. 121쪽, 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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