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시 '본문 바뀐 기사 비방 댓글' 신고 취소

SBS가 기사 바꾸면서 댓글 흐름 바뀌어…원 기사는 '대구 요양병원 확진자 급증' 내용
대구시 관계자 "비방 누리꾼 중 대구시민 없어, 꼭 필요한 대응"

SBS가 30일 네이버 뉴스에 출고한 김포 일가족 관련 기사에 대구시 비방 댓글이 달려 일각에서
SBS가 30일 네이버 뉴스에 출고한 김포 일가족 관련 기사에 대구시 비방 댓글이 달려 일각에서 '댓글 조작' 의혹을 내놓고 있다. 일부 작성자는 "대구시 관련 기사에 댓글을 달았다. 기사가 바뀌었다"는 주장을 했다. 네이버 뉴스 갈무리

권영진 대구시장이 자신을 겨냥한 악성 댓글, 이른바 '악플'의 작성자 4명을 경찰에 신고한 가운데 대구시가 앞선 '댓글 조작' 의혹은 신고를 취소하는 쪽으로 가닥잡았다. 다만 대구시는 "그간 비판 댓글 작성자 가운데 대구시민은 없었다"며 조작을 의심할 만했다는 입장이다.

대구시는 지난달 31일 대구경찰청 사이버수사대를 상대로 문의한 '포털사이트 기사 댓글조작' 의혹에 대해 최근 신고하지 않는 쪽으로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대구시 관계자는 "문제 기사 아래 권 시장과 대구시 행정을 비방한 댓글이 달릴 당시만 해도 해당 기사는 '대구 요양병원 내 확진자가 쏟아졌다'는 내용이었음을 확인했다. 나중에 기사 내용이 바뀌었고, 이후 앞선 기사를 읽고 쓴 댓글들이 바뀐 기사 밑에 여전히 남아 있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된 기사는 지난달 30일 오후 2시 15분 SBS가 네이버 뉴스에 출고한 '[브리핑] "재확진 김포 일가족, '재감염'보다 '재활성화' 가능성"'기사다.

기사 출고 시간 직후 1시간가량 대구와 대구시장을 비방하는 댓글이 여럿 달렸다.

오후 3시를 넘기자 댓글은 현재 보이는 기사에 맞는 주제들로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일부 누리꾼이 "김포 이야기인데 댓글엔 대구 타령"이라는 댓글을 달며 의아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SBS가 30일 네이버 뉴스에 출고한 김포 일가족 관련 기사에 대구시 비방 댓글이 달려 일각에서
SBS가 30일 네이버 뉴스에 출고한 김포 일가족 관련 기사에 대구시 비방 댓글이 달려 일각에서 '댓글 조작' 의혹을 내놓고 있다. 일부 작성자는

이를 본 누리꾼들은 "진보성향 인물 등 대구시를 싫어하는 이들이 좌표(댓글로 공격할 대상 웹페이지나 기사를 이르는 인터넷 은어)를 잘못 공유해 기사 내용도 보지 않고 댓글을 작성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내놨다.

당시 경찰은 대구시를 비판한 댓글 작성자들의 댓글 작성 이력을 봤을 때 '댓글 조작'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댓글 조작 경우 한 사람이 같은 댓글을 여러 기사에 복사, 붙여넣기 하거나 짧은 시간에 수많은 댓글을 작성하는 등 미심쩍은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기사를 출고한 SBS 측은 처음 출고 당시 '대구 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다'는 내용을 썼다가 이후 김포 일가족 내용으로 기사를 수정했다.

IT 전문가에 따르면 이 같은 '기사 갈이'는 언론사들이 같은 이슈 관련 자사 기사에 대한 포털사이트 검색순위 상단을 차지하려 할 때 종종 쓰는 방법이다.

네이버 뉴스 검색 알고리즘에 따르면 비슷한 내용의 기사가 여러 언론사에서 나올 때 그 중 가장 빠르고 상세하게 출고한 기사가 포털사이트 등의 검색순위 상단을 선점할 확률이 높다. 이런 점을 고려해 몇몇 언론사는 앞서 출고한 전혀 다른 내용의 기사를 제목과 내용만 새것으로 바꿔넣는 '기사 갈이'를 행하곤 한다.

'기사 갈이'를 한 기사의 원본 게시물이 최초 출고된 시간은 이후 경쟁 언론사 기사들이 출고될 시간보다 이른 만큼, 포털사이트 검색 알고리즘은 내용이 바뀐 기사가 비슷한 기사들 가운데 가장 일찍 출고된 것으로 인식해 검색 결과에서 높은 순위를 부여할 수 있다.

네이버는 이 같은 '기사 갈이'가 불공정한 기사 노출 방법이라 보고 이를 행한 언론사에 감점을 부여하고 있다.

당시 네이버 관계자는 "SBS가 송출한 기사가 중간에 바뀐 사실을 확인했다. 댓글 흐름이 바뀐 것은 이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댓글 작성자 Gaem****도 "첨엔 대구 병원 뉴스에 연결된 댓글창이었다"면서 "이거 네이버 오류같아서 네이버에 직접 질의한다. 처음에 왜 제목이랑 왜 안 맞는 거 연결했는지"라고 말했다.

SBS가 30일 네이버 뉴스에 출고한 김포 일가족 관련 기사에 대구시 비방 댓글이 달려 일각에서
SBS가 30일 네이버 뉴스에 출고한 김포 일가족 관련 기사에 대구시 비방 댓글이 달려 일각에서 '댓글 조작' 의혹을 내놓고 있다. 일부 작성자는 "대구시 관련 기사에 댓글을 달았다. 기사가 바뀌었다"는 주장을 했다. 네이버 뉴스 갈무리

이런 해프닝에 누리꾼들도 "댓글 조작은 엄벌해야 한다"며 대구시를 옹호하거나, 반대로 "권 시장이 방역 행정에 신경 쏟기는커녕 시민들 입을 막는다"며 비판 목소리를 높이며 두 갈래로 나뉘어 설전을 벌였다.

대구시는 누리꾼 의혹이나 최근 잇따른 비방 댓글 등에 비췄을 때 댓글 조작을 의심할 만했다는 입장이다.

권 시장 측근 한 관계자는 "해당 기사 댓글에 '댓글 조작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았다. 누군가 매크로(자동입력 반복 프로그램) 등으로 여러 기사를 찾아다니며 대구시 비방 댓글을 무작위로 등록했다는 의혹이었다"면서 "실제 다음날이 되도록 기사와 무관한 댓글들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여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비전문가 입장에선 댓글 흐름이 중간에 바뀐 모습만 보일 뿐 기사가 중간에 바뀌었는지 알아차릴 길이 없다. 대구시 관련 기사라면 이해하지만, 전혀 무관한 기사에 대구시 비방 댓글이 달리니 누리꾼들처럼 '댓글 조작'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기사 댓글에서 대구시 행정을 비방하는 누리꾼들 가운데는 대구시민이 없었다. 불필요한 음해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대응이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권영진 대구시장은 전날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악성 댓글이나 유언비어를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뜨린 누리꾼 4명을 경찰에 고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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