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 다시 찾은 한마음아파트·신천지교회 인근 지역

'신천지 동네' 손가락질에 여전히 힘든 주민들
집단 감염 사태 안정화됐지만…주민들 여전히 외출 꺼리고
인근 가게들 휴업·매출 타격…건물주 신도들에게 "방 빼라"

3일 대구 달서구 한마음 아파트 뒷골목.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어 조용하다. 배주현 기자
3일 대구 달서구 한마음 아파트 뒷골목.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어 조용하다. 배주현 기자

3일 오전 10시쯤 찾은 대구 달서구 성당동 한마음아파트. 산책 나온 주민 몇몇이 간간이 보였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쥐죽은 듯 조용했다. 개 짖는 소리로 사람 사는 곳이라는 걸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이곳 주민들은 지난달 7일 한마음아파트에 살던 신천지 신도 46명이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되면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한마음아파트는 35세 이하 미혼 여성만 입주할 수 있는 임대 아파트로,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들이 대거 입주했던 곳이다.

'신천지 대구교회 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터진 지 한 달이 지났다. 유동인구가 완전히 끊기다시피 했던 대구 달서구 한마음아파트와 신천지 대구교회 인근 지역의 주민들은 좀처럼 일상을 되찾지 못하고 있었다. 여전히 문을 닫은 상점이 대부분인 골목에서 주민들은 '신천지 동네'라는 손가락질에 눈물을 흘렸다.

이날 찾은 한마음아파트 인근 한 마트 주인 A(58) 씨는 텅 빈 매장 바닥만 멍하니 쳐다보며 팔리지 않아 썩어버린 부추를 다듬고 있었다. 집단감염 사태 발생 이후 보름이 넘도록 가게를 찾는 손님이 거의 없어 매출이 코로나 사태 전의 10% 수준에 불과하다고 했다.

A씨는 "사태 당시보다는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손님이 없어 임대료는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 앞선다"며 "답답한 마음에 마스크를 구해놓고 '사러 오라'고 알려보기도 했지만, '더러운 동네에서 사기 싫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분식집 업주 B(54) 씨는 "한마음아파트에 사는 여성들이 주눅든 모습으로 가게에 들어오거나 때로는 '나는 신천지가 아니다'며 소리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며 "다들 형편이 넉넉지 않을텐데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슈퍼 전파지'로 지목된 신천지 대구교회가 있는 남구 대명동 일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신천지 신도들로부터 '교세권'이라고 불렸던 이곳 주변에는 신도들이 살던 원룸이나 빌라가 많았다. 3일 찾은 이곳 역시 따뜻한 봄바람에도 외출하는 주민을 거의 찾을 수 없었다.

교회 뒤편에 있던 가게들은 80% 이상이 아직 휴업 중이었다. 신천지 신도들을 상대로 장사를 했던 가게가 많은 탓에, 코로나19 사태 이후로는 파리만 날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근 미용실 직원 C(34) 씨는 "인근에 초등학교도 있는데, 부모들이 '집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철저히 단속한다고 들었다"며 "우리 가게를 찾는 손님도 평소의 3분의 1 수준까지 줄었다"고 했다.

대명동 주민들에 따르면 주말만 되면 이삿짐센터 차량이 대거 몰려든다. 원룸이나 빌라 건물주들이 세 들어 살던 신천지 신도들에게 '방을 빼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 D(56) 씨는 "주민들의 신천지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나빠졌다. 평소에도 주말이면 몰려드는 신도들로 주차난이 심했는데, 코로나19가 기름을 부은 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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