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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현대음악의 참된 가치  

박성미 작곡가

박성미 작곡가
박성미 작곡가

음악을 듣다보면 어떤 음악이 좋고 어떤 음악이 나쁘다는 이야기를 한다. 때문에 때때로 음악의 호불호를 두고 논쟁이 벌어진다. 대부분 음악의 가치판단에는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기준이 없고 단지 개인의 취향뿐이라는 결론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음악가들은 개인적인 경험들을 통해서 완벽할 순 없지만 어느 정도 일관성과 체계성을 갖는 규칙들을 통해서 주장을 발전시켜보려고 애써왔다. 그러나 생각하면 할수록 밀려드는 예외들과 어려워하는 청중들의 감상평에 견디지 못하고 결국 휴전을 선포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하여 음악가들이 기존에 갖고 있던 생각이 바뀌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벽에 부딪히는 것은 사실이다. 많은 현대 음악가들은 본인이 투자하는 연습의 노력이 청중에게 전달되길 바라고, 만반의 준비로 청중을 맞이하게 된다.

음악전공자들 사이에서도 현대음악에 대해서는 의견이 대립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누구나 듣기 좋은 음악, 익숙한 음악을 선호했었고, 그것은 청중들에게는 강한 선입견으로 자리잡고 있다. 재미있고 신기한 음향 혹은 음악의 소재들로 청중들에게 새롭게 다가가보지만 새로운 세계를 이해하려는 불편한 노력 자체를 청중들은 원하지 않는다. 그렇다하여 그 음악에는 가치가 없는 것일까.

한 일화가 있다. 어느 날, 한 연주회가 유난히 대성황을 이루었다. 그날은 특별히 바이올린의 명기인 스트라디바리우스로 연주회를 갖는다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청중들은 모두 넋을 잃고, 그 아름다운 선율에 흠뻑 도취되었다.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소리는 역시 다르구나.'

하지만 청중들이 모두 감동에 빠져있을 때 갑자기 연주가 그쳤다. 어리둥절해진 청중들이 무대 위를 바라보는 순간, 비발디는 바이올린을 높이 치켜들더니 땅바닥에 힘껏 내리치는 것이었다. 바이올린은 산산조각이 나고 놀란 청중은 일제히 소리를 지르며 일어났다. 세계적인 명기를 저렇게 깨버리다니 정신이 이상해진 것이 아니냐고 수군거렸다. 그 때 또 하나의 바이올린을 들고 등장한 사회자가 놀란 청중에게 말했다.

"여러분 놀라지 마십시오. 저것은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아닙니다. 싸구려 바이올린입니다. 여러분께 참된 음악의 가치가 반드시 좋은 악기에 있는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드리려고 한 것입니다."

어떤 작곡가의 음악을 어떤 연주자가 무대에 올리느냐는 게 아니라, 그저 음악으로서 현대 음악가들이 새로운 것을 소개하고자 하는 노력을 청중이 함께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청중들은 직접 만질 수는 없지만 감상에 몰두함으로써 새로운 경험을 창조할 수 있고, 이 경험 안에서 그 에너지를 간접 경험하게 된다.

가끔 음악가들은 이 과정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청중들이 지루해지지 않을까 겁이 나서 이 과정을 피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렇게 되면 그 결과는 언제나 좌절로 끝맺는다. 그 좌절은 음악가와 청중이 함께 헤쳐나가야 할 숙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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