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라언덕] 미덥지 못한 전향(轉向)

최두성 경제부 차장
최두성 경제부 차장

4·15 총선 과정에서 여야 거대 양당의 수상한 행적 두 가지가 눈에 보인다. '긴급재난지원금'과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전향(轉向)이다. 표를 얻겠다는 돌변이어서 미덥지도 않고, 총선 뒤가 걱정인 행적이다. 지난 주말, 황교안 통합당 대표의 "전 국민 50만원 지급" 주장에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나머지 30%도 주자"고 맞받으며 재난지원금은 여야 대표의 의기투합으로 '보편적 지급'에 합의가 이뤄졌다.

코로나19 사태가 심화한 후 국민 주머니에 직접 현금을 꽂아주는 재난지원금 논의에 불이 붙었을 때 "표 구걸 행위"라며 정부 여당을 비판한 황 대표의 돌변으로 민주당은 '포퓰리즘 공약'이란 공세를 피하고, 통합당은 당장 먹고살기 어렵단 국민 목소리를 반영하게 돼 서로 윈윈이 될 수 있겠으나 뒷맛은 개운치 않다.

정부 발표(소득 하위 70% 지급) 전 정치권이 중지를 모았다면 정책 혼란도, 국민이 헷갈릴 일도 없을 것이다. '돈 문제'도 그렇다. 민주당 안대로라면 애초 9조원에 4조원이 더해져야 하고, 통합당 안은 16조원을 더 마련해야 한다.

지원금 규모가 커지는 바람에 국채 발행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해 국가부채가 1천700조원을 돌파하는 등 재정수지가 악화한 상황에서 지원금 예산을 확보하고자 국채를 또 발행한다면 국가 재정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뻔하다.

재난지원금 논의가 우왕좌왕하고 '퍼주기'로 가닥이 잡힌 건 닷새 앞으로 다가온 총선 때문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그렇지 않다면 당정청 합의를 무시하고 전 국민 지급 주장이 여당에서 나오지 않았을 테니.

종로에 출마해 여당 간판으로 전체 선거를 이끄는 이낙연 민주당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의 '종부세' 뒤집기 발언도 귀를 의심케 한다. 이 위원장은 지난 2일 방송기자클럽초청토론회에서 "1가구 1주택 실수요자가 뾰족한 다른 소득이 없는데도 종부세를 중과하는 것이 큰 고통을 준다는 하소연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종부세 완화를 시사했다. 연이은 그의 발언과 앞서 강남 3구 민주당 출마자들의 감면 법안 처리 선언, 여기에 이인영 원내대표까지 나서 힘이 실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껏 수요 억제를 핵심으로 한 19차례의 부동산 정책을 내놨고 대통령은 "투기와의 전쟁에서 지지 않겠다"며 시장에 경고하기도 했다. 곧 회수됐으나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주택거래허가제' 언급을 되짚어보면, 국정 운영 책임을 공유하는 여당이 정부 정책 기조에 정면 배치하며 '표(票)퓰리즘'을 주도하는 것 아닌가 싶다.

이 위원장은 국무총리이던 2018년 9월 종부세 강화 등을 담은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직후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일부 언론과 정당은 세금 폭탄이라고 비판하는데 사실에 맞지 않고 다수 국민의 생각과도 어긋난다. 종부세 중과되는 사람은 전체 주택 보유자의 1.1%다"고 했던 당사자다.

종부세를 처음 도입한 참여정부는 '세금 폭탄' 프레임에 갇혀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이후 2006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까지 내리 3연속 패배를 당했다.

이런 까닭에 민주당의 돌변은 총선 과정에서 국민의 세금 부담 가중 논란이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의심을 받는다. 정부가 기조를 바꾸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고 이를 추진할 주체가 뚜렷하지 않은데다 자칫 부동산 시장에 다시 기름을 부을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 며칠 뒤면 총선이 끝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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