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저금리 줄테니 기존 대출금 갚아라" 보이스피싱

대출 빙자 대면편취형 신종 보이스피싱 등장
일자리 급한 심리 악용, ‘채권추심’이라고 속여 채용한 뒤 범행에 가담시키기도
경찰, ‘단기 고수익 알바’ 광고에 현혹돼선 안 된다고 당부

대구경찰청 본관의 모습. 대구경찰청 제공
대구경찰청 본관의 모습. 대구경찰청 제공

자영업자 A(53) 씨는 지난달 23일 '○○저축은행, 정부지원 서민대출'이라는 문자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정부지원 대출이라는 말에 혹해 전화를 건 A씨에게 이들은 "기존 대출금을 상환하면 정부가 지원하는 저금리 대출이 가능하다. 기존 대출금을 받으러 직원이 직접 가겠다"고 했다. 카드론으로 2천만원을 대출받은 A씨는 집으로 찾아온 직원이라는 사람에게 돈을 건넸고, 얼마 뒤 보이스피싱에 속았음을 깨달았다.

코로나19로 서민경제가 어려워지자 정부지원 서민대출을 빙자한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과거 횡행하던 계좌이체형 보이스피싱 수법 대신 직접 돈을 받으러 가는 수법이 등장해 주의가 요구된다. 금융회사의 통장 개설 요건 강화, 지연 인출제도 등으로 대포통장을 구하기 어렵게 되면서 직접 대면해 돈을 받아가로채는 신종 수법이 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뿐 아니라 이 범죄엔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을 악용해 일자리가 급한 이들을 직원으로 채용, 범행에 가담시키는 꼼수까지 활용됐다. 채권추심 일자리라고 속여 고용한 뒤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으로 만드는 수법이다.

실제로 지난달 보이스피싱 혐의로 구속돼 재판 중인 B(34) 씨는 일자리가 필요해 구인구직 광고를 보고 채권추심 업무로 알고 취직한 뒤 돈을 받으러 다니다 경찰에 붙잡힌 것으로 드러났다.

'단기 고수익 알바'라고 구직자들을 유인해 은행 직원으로 둔갑시키는 수법으로 범죄에 발을 들이게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포항북부경찰서가 지난 8일 보이스피싱 혐의로 구속한 C(51) 씨 등 일당 4명도 이런 방법으로 채용된 현금수거책이었다.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2일까지 포항과 서울, 울산 등 전국 각지에 사는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받아 상위 조직에 송금한 혐의가 이들에게 적용됐다.

이종섭 대구경찰청 수사2계장은 "대출은 금융기관을 직접 방문해 신청해야 한다"며 "'단기 고수익 알바'라는 건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하는 일보다 과도한 수당을 지급하는 광고에는 현혹돼선 안 된다"고 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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