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비 딕 감독의 '더 블리딩 에지'(The Bleeding Edge)는 4천억달러 규모의 세계 의료기기 산업의 문제점을 추적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2018년 '넷플릭스'에 처음 공개된 화제작인데 '블리딩 에지'는 영어로 '최첨단'의 뜻으로 국내에는 '첨단 의학의 덫'이라는 타이틀로 소개됐다.
이 영화는 바이엘, 존슨앤존슨 등 세계 유수 의료기업이 인공 고관절, 로봇수술기기, 나팔관 이식용 피임기 등 첨단 의료기기를 개발해 판매하면서 과연 환자의 안전과 의학 발전에 도움이 되고 있는지에 의문을 갖고 그 뒤를 밟는다. 그 결과 의료기기 허가와 시판 과정에서 불거지는 갖가지 편법과 데이터 조작, 규제의 허점 등 베일에 가려진 부분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기관과 정치인 로비 등 검은 커넥션도 빠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첨단'이라는 미명으로 포장해 환자는 물론 의료진의 눈마저 현혹하는 첨단 의료기기 시장의 실태와 심각한 부작용을 고발한다. 수익에 눈이 먼 의료기업과 '첨단 만능'에 빠진 선진사회의 무지에 대한 경각심도 환기시킨다. 소위 기술 선진국과 첨단 의료기업들이 초래한 현대 의료산업의 구조적 문제점을 되짚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울림이 큰 작품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선진국의 부실한 의료체계와 허약한 의료 역량 등 허점들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신뢰할 만한 방역체계나 정책, 질병 대응력은 차치하고라도 인공호흡기나 진단키트, 방호복, 마스크 등 의료 장비와 용품이 부족해 사망자가 속출하는 등 허둥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서구에서 끊이지 않는 '마스크 착용' 논란은 문화적 요인도 있지만 마스크 제조 역량 부재가 근본 배경이다. 부족한 마스크 때문에 국제 약탈전까지 벌이는 상황은 소위 선진국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가 쏟아지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그동안 중국에 너무 많이 의존했다"고 토로한 것도 첨단만 추종하고 기초 제조 역량을 도외시한 서구 사회의 실정을 대변하는 발언이다. 이런 혼란에서도 그나마 한국이 잘 버티는 이유도 제조력의 힘 때문이다. 필요한 물건을 적기에 만들고 그 뿌리를 유지해온 결과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키트 외교'나 마스크 선심도 바로 제조력이 준 여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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