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킹덤’에서 ‘반도’까지…K좀비는 장르가 될 것인가

K좀비의 가능성, 어디까지 갈까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포스터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포스터

김은희 작가의 '킹덤' 시즌2가 공개되면서 K좀비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한국형 좀비물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올 여름 개봉할 연상호 감독의 '반도'에 벌써부터 해외의 관심이 쏠리는 현상은 K좀비가 가진 가능성이 어디까지 나갈 것인가를 기대케 한다.

◆'킹덤'의 조선 좀비에 쏟아진 글로벌 팬덤

조선 좀비라는 지칭은 어딘가 이질적인 느낌을 준다. 조선하면 떠오르는 사극의 이미지에 좀비라는 서구 장르가 더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은희 작가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에서 이 이질적인 요소를 '굶주림'이라는 키워드로 묶어낸다. 권력자들의 학정과 오랜 가뭄으로 심지어 인육을 먹는 참담한 굶주림의 기록들은 우리네 역사에 여러 차례 등장한 바 있다. 사람이 사람을 먹지만 거기 깔려 있는 슬픔의 정조는 그래서 '킹덤'의 조선 좀비에게서 느껴지는 독특한 민초들의 색깔이 더해졌다. 그래서 이 조선 좀비들이 떼로 몰려나와 달려드는 모습은 섬뜩하면서도 처연하다. 거기에는 심지어 아녀자들과 아이들까지 있으니 당대의 민초들의 극심한 기아가 어느 정도인가를 이 조선 좀비에게서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민초들의 형상을 더한 조선 좀비만이 '킹덤'의 전부는 아니다. '킹덤'은 이들과 대척점에 있는 권력욕에 굶주린 조선 좀비 또한 그려낸다. 사실상 민초들을 좀비 떼로 만들어낸 장본인들이기도 한 이 좀비들은, 민초들의 배고픔과는 달리 권력에 끝없는 갈증을 느끼는 이들로서 누가 권력을 이어받을 핏줄의 적자인가에 집착한다. 그래서 '킹덤'은 권력과 싸우는 정치극으로서의 면모를 담게 된다.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스틸컷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스틸컷

이런 면들은 '킹덤' 시즌2가 공개된 후 미국의 유명 잡지 포브스에서 이 작품을 심지어 좀비 장르의 레전드로 불리는 '워킹데드'보다 훌륭하고 '왕좌의 게임'과 비견된다는 평가를 받게 된 이유가 되었다. 그저 물고 뜯는 스릴러와 액션으로서의 좀비가 아니라 정치극적 요소들을 더함으로써 조선시대 이야기지만 현재까지를 반추하게 되는 이야기로 은유됐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우리네 사극의 요소들이 좀비 장르와 섞이면서 나온 결과다. 즉 우리네 사극들은 심지어 상상력으로 그려진 퓨전사극에서조차 권력과 정치를 주요 소재로 다뤄지지 않았던가.

이런 현재성을 은유하게 만드는 좀비물이라는 색다름을 더한 '킹덤'은 그 배경으로서 우리에게는 익숙하지만 아직 서구인들에게는 낯선 사극의 시공간을 깔아놓음으로써 독특한 미적 성취를 더했다. 궁궐에서 좀비들과 벌이는 사투와, 조선의 아름다움으로 대변되기도 하는 부드러운 곡선의 지붕과 아담한 연못 위의 정자를 배경으로 좀비들이 뛰어다니는 장면은 그 자체로 독특한 조선 좀비의 색깔을 만들었다. 시즌1에서 난데없이 '갓'이 화제가 되더니, 시즌2에서는 코로나19 시국과 맞물려 이 조선의 정경과 어우러진 좀비들과의 대결에 글로벌 집콕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영화 '반도' 포스터
영화 '반도' 포스터

◆영화 '반도'로 이어질 K좀비, 과연 하나의 장르가 될까

'킹덤'이 끄집어낸 K좀비에 대한 관심은 올 여름 개봉을 앞두고 있는 연상호 감독의 영화 '반도'로 이어지고 있다. 이 작품은 어쩌면 K좀비를 애초에 주목시켰다고 볼 수 있는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의 후속작이기 때문이다. 부산으로 가는 KTX에서 벌어지는 좀비들과의 사투를 그린 '부산행'은 그 독특한 아이디어와 다이내믹한 좀비들의 모습을 통해 한국형 좀비물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연상호 감독은 서구의 장르들을 우리 식으로 해석한 작품들을 계속 시도해왔다. '부산행'이 좀비물을 한국적으로 재해석했다면, '염력'은 슈퍼히어로물의 재해석이었다.

올 여름 개봉을 앞두고 있는 '반도'는 '부산행' 그 후 4년이 지난 시점을 다룬 작품으로 공개된 예고편만으로도 해외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의 영화정보 사이트인 인디와이어는 공개된 '반도'의 예고편에 대해 "이 영화가 '부산행'의 속편이라는 걸 깨닫지 못할 정도로 대규모 액션 시퀀스와 폭발적인 스릴이 가득하다"고 극찬했고, 또 다른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사이트인 벌처는 "코로나19시대, 연상호 감독은 좀비로 가득한 황무지로 우리를 안내한다"며 "이건 단지 티저일 뿐이다"라고 적었다.

좀비 장르는 본래 1968년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서부터 최근까지 주로 마니아들이 좋아하는 하위 장르 정도로 취급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주류 장르로 떠오르고 있는데다, 코로나 19로 인해 '감염'과 '전파'를 소재로 하는 좀비물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시점에 K좀비에 대한 글로벌한 관심이 생겨나고 있다는 건 우리네 콘텐츠로서는 중요한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넷플릭스가 최근 네이버 인기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을 원작으로 하는 학원 좀비물 시리즈 제작을 확정했다는 소식은 향후 K좀비가 하나의 장르가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예감을 갖게 한다. 일본의 사무라이 장르가 있듯이 우리에게도 K좀비라는 색다른 장르가 조금씩 글로벌한 콘텐츠 시장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한번 물리면 헤어 나올 수 없는 강력한 전파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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