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군(君)과 꾼

김사윤 시인

김사윤 시인
김사윤 시인

제21대 국회의원 총선이 끝났다. 역대 최고 투표율의 사전투표 기록을 남겼다. 무려 26.69%로 지난 20대 총선 사전투표율이었던 12.2%의 두 배가 넘는 수치였다. 2014년 지방선거에 사전투표가 처음으로 도입된 이래 최고치다.

여기서 주목할 건 대구광역시가 17개 권역 중에서 가장 낮은 23.6%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코로나로 가장 주목을 받아왔고, 국가에서 코로나19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지역이니, 투표소에서 감염을 우려한 탓일 수도 있다.

이유야 어떻든 정치적인 요소들이 각종 지원 제도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작용되어 왔는지 경험해 보지 않았던가. 출산장려금만 해도 편차가 두드러진다. 이 모든 것들의 기준이 되는 것이 총선이고 대선이다. 정치적 인사들의 역량과 국가의 정치적 사안의 가중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임기 내 국내 정세가 달라지게 마련이다. 이만큼 힘든 시기에 그만큼 중요한 선거가 어제 끝난 것이다. 참정권은 행사할 때에만 유효하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덕이 뛰어난 임금을 성군(聖君)이라 부른다. 여기서 군(君)은 임금을 뜻한다. 그 외에도 여러 의미로 쓰이다가 후에 친구나 아랫사람을 부르는 말로도 쓰이게 되었다. 시류(時流)에 따라 한자의 뜻도 다양하게 변해왔지만, 근본은 하나다. 君자는 尹(다스릴 윤)자와 口(입 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尹은 지팡이 내지는 지휘봉 같은 모양을 뜻하는 형성문자다. 회의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지만, 분명한 건 하늘의 뜻을 전하는 천하를 다스리는 사람이라는 것이 정설임에는 큰 이견이 없다. 흔히 현재의 대통령을 과거의 임금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지만, 엄연히 다르다.

임금은 백성은 물론이고 하늘의 뜻을 대변하는 절대적인 존재였다. 거기에 비해 대통령은 삼권(三權) 중 하나인 행정부의 수반일 뿐이다. 물론 최고의 통치권자인 국가 원수가 할 수 있는 역량과 권한이야 가공할 만하겠으나, 국민들로부터 탄핵을 받을 수도 있는 자리임은 분명하다.

그 국민들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을 뽑는 일이 이번 4.15총선이었으니 얼마나 중대한 일이었던가. 이번 짧은 유세기간 동안 코로나19로 인한 열악한 여건에서도 최선을 다했을 각 총선 후보자들의 노고와 국민들의 투표가 헛되지 않았기를 바란다. 당선자들은 혼자 옳다는 오만과 객기를 버리고, 국민들의 뜻을 제대로 인지하여 실천해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정치를 하는 이들은 임기응변과 처세술에 능한 '꾼'이어서는 곤란하다. 우리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사람, 즉 정치인이지, 정치꾼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그래야할 이유가 충분하지 않은가. 이번 당선자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백성이 아니면 임금이 누구와 나라를 다스리겠는가. 그래서 임금은 백성을 하늘로 삼는다고 하는 것이다. 백성은 먹을 것이 아니면 살아나갈 수가 없다. 그래서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삼는다고 한다." (정조이산어록, 2008. 1. 25. 고전연구회 사암)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