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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보호 차원에서 필요한데"…코로나19로 정신감정에 치료감호까지 중단

공주치료감호소 지난 2월부터 사실상 폐쇄…법무부 "4월 말 재개 기대"

대구지법 전경. 매일신문 DB
대구지법 전경. 매일신문 DB

지난 9일 대구고법 형사법정. 마약 사건 피고인의 변호를 맡은 변호인이 마약 중독에 관한 정신감정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현재로선 정신감정을 할 수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국립법무병원(공주치료감호소)이 코로나19로 관련 업무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변호인은 "그래도 필요하면 해야하지 않느냐"며 "피고인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재판부는 "일정 등을 확인해 보겠다"며 재판을 마무리했다.

코로나19로 공주치료감호소가 사실상 문을 닫으면서 정신감정 등 관련 재판 업무도 마비됐다.

15일 법무부에 따르면 정부가 감염병 위기 경보를 '심각'으로 상향 조정한 지난 2월 23일부터 공주치료감호소는 정신감정 등 주요 업무를 중단했다.

정신감정이란 심신장애로 범죄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는 피고인들을 상대로 전문의 상담을 거쳐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 상태인지 가려내는 사법 절차를 말한다.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범죄자를 감정하는 시설은 전국에서 공주치료감호소가 유일하다. 통상적으로 한 달 정도 입원한 상태에서 정밀 감정이 이뤄진다. 김성수, 안인득 등 주요 강력 범죄자들도 이곳에서 한 달을 보낸 바 있다. 하지만 워낙 폐쇄되고 감염병에 취약한 시설이라 신규 업무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문제는 정신감정뿐만이 아니다. 대구법원은 치료감호 처분에 대해서도 한시적 이송중지 결정을 내리고 있는데, 이 역시 공주치료감호소에서 유일하게 이뤄진다. 치료감호란 정신질환 등으로 형벌 대신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범죄자들을 병원으로 보내 치료하는 형사절차다.

법조계에서는 인권 보호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조치들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구지법 관계자는 "이미 치료감호를 인용한 사건도 1건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송이 불가능했다"며 "폐쇄 기간이 더 길어지면 법원의 전문 심리위원의 의견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고 생활방역으로 전환됨에 따라 이달 말쯤엔 관련 업무를 재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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