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밥값하라! 국회의원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우리 민족은 밥을 하늘로 섬겼다. 밥상에서 밥 한 톨이라도 흘리면 야단맞을 정도였다. 밥값을 하는 것을 삶의 덕목으로 여겼다. 반대로 밥값을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했다. "밥벌레" "밥도둑" 같은 말을 듣는 것은 수치였다. 성철 스님은 수시로 "부처님 밥값을 내놓아라"며 선방에서 정진하는 수좌들을 경책했다.

대한민국에서 밥값 못하기로는 국회의원이 일등이지 싶다. 국회의원이 누리는 혜택·특권은 상상을 초월한다. 국회의원 연봉(세비)은 월 급여와 정근수당, 명절 휴가비, 각종 지원 경비를 합쳐 2억3천만원이 넘는다. 국회 의원회관에 148㎡(45평) 규모의 사무실을 제공받고 보좌관 7명, 인턴 2명을 둘 수 있다. 연간 4억8천만원에 이르는 이들의 월급 역시 나라에서 지급받는다. 국회의원 1명에게 해마다 들어가는 세금이 7억1천만원을 훌쩍 넘는다.

경제적 혜택 외에도 국회의원은 100여 개의 특권을 누린다. 대표적인 것이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이다. 임기 4년 동안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엔 현행범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되는 특권도 있다.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대해 국회 밖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 면책특권도 갖고 있다. 국회가 매번 특권을 없애거나 개선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아직 제자리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혜택·특권을 국회의원에게 주는 이유는 명확하다. 국민을 대표해서 법률 제정 등 일을 잘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4년 임기 동안 국민이 낸 세금 28억원을 쓰면서도 밥값을 못하는 국회의원이 숱하게 많다. 작년 말 리얼미터의 20대 국회 의정 활동 평가 조사결과 잘못했다는 부정 평가가 77.8%로 잘했다는 긍정 평가(12.7%)를 압도했다. 오죽하면 국회의원을 조직폭력배 등에 비유한 유머들이 쏟아져 나오겠나.

4·15 총선을 통해 21대 국회의원 300명이 뽑혔다. 선량(選良)이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도록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국회의원이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 국회의원이 의무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채 혜택·특권만 누린다면 국민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밥값도 못하는 국회의원, 국민은 그만 보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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