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부겸 '문 정부 심판론' 극복하지 못했다

코로나 추경 편성·1조원 증액…여당 중진 역할 하고도 뭇매
'할 말 못 하고 한 일도 없다'…정부 향한 불만 대신 받은 셈

4.15 총선 대구 수성 갑에 출마해 석패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5일 오후 울음을 터트리는 지지자를 위로하며 선거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4.15 총선 대구 수성 갑에 출마해 석패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5일 오후 울음을 터트리는 지지자를 위로하며 선거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쓰라린 패배를 당했다. 김 후보는 대권 행보를 선언하며 인물론을 바탕으로 5선 도전에 나섰지만 끝내 주호영 미래통합당 당선인의 문재인 정부 심판론을 극복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지난 선거에서 당선된 후 지역 정치권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특히 중선거구제로 치러진 12대 총선(1985년)에서 당선된 유성환·신도환 국회의원 이후 31년 만에 대구에서 당선된 정통 민주당 계열의 의원이라는 점에서도 주가를 높였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

특유의 친화력과 소통력을 바탕으로 한 개인기는 기존의 대구경북(TK) 정치인에게는 찾아보기 힘든 면모였다. 문재인 정부에서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을 맡아 현 정부와 지역의 메신저 역할도 했다.

하지만 '당선 후 지역을 위해 한 일이 없다' '문재인 정부의 독주에 할 말을 하지 못했다'는 여론이 확산하면서 곤혹스런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김 후보는 "4년 전 공약을 대부분 지켰다. 일부 지역 인사들의 정치 공세다. 또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제일 먼저 주장했고, TK 추경 예산을 1조원 이상 증액시키는 것도 여당의 중진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4.15 총선 대구 수성 갑에 출마해 석패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5일 오후 선거사무실에서 지지자와 포옹하며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4.15 총선 대구 수성 갑에 출마해 석패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5일 오후 선거사무실에서 지지자와 포옹하며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하지만 문 정부에 대한 불만이 김 후보에게 투영되면서 여론을 뒤집기 쉽지 않았다. 김 후보는 대망론을 내세워 막판 뒤집기에 나섰지만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악화된 정부에 대한 민심을 되돌리지 못했다.

이번 패배로 대권 도전을 향한 전략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애초 김 후보는 당선되면 본격적인 대권 행보를 시작할 계획이었다. 대기업 로봇 산업 구미 유치 등을 약속하며 수성갑 국회의원을 넘어 대권을 향한 구체적인 전략을 보이기도 했다.

김 후보는 대권을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이 다음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영남권에 기반을 둔 잠룡에게 관심을 보일 수 있어서다. 현재 여권에서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이 차기 대권 후보로 유력하지만 정국 상황에 따라서는 영남권 주자를 내세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후보가 유력한 후보로 떠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김 후보는 "저를 믿고 지지해주신 대구 시민과 국민 여러분께 실망을 안겨드려 죄송하다"며 "오늘의 패배를 제 정치 인생의 큰 교훈으로 삼겠다. 대구에 바쳤던 제 마음은 변치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시 일어서겠다. 오늘은 비록 실패한 농부이지만 한국 정치의 밭을 더 깊이 갈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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