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에서 보수 야권은 궤멸적인 초라한 성적표 외에도 대선후보 부재라는 '심각한 인물난' 숙제를 떠안게 됐다. 벌써 '이 정도 수준이라면 2년 뒤 대선은 불 보듯 뻔하다'는 자조 섞인 소리까지 들린다.
지금까지 미래통합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에서 거물급 잠룡으로 분류되던 오세훈·황교안·김병준 등은 이번 총선에서 일제히 낙마했고, 유승민은 불출마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미니대선' 성격을 띠며 사활을 벌이던 황 전 통합당 대표는 '박빙'의 예상을 뒤로한 채 1만7천여표 차이로 패배했다. 그는 개표가 완료되기도 전에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모든 당직을 내려놓겠다'며 대표직에서 내려왔다. 이를 두고 대선 준비를 위해 당직을 벗었다는 말이 나오지만 '수구 꼰대' 이미지와 박근혜 대통령 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그림자를 지우기 어려워 정치적 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자신이 설계한 세종시에서 원내 진입을 노렸으나 석패했다. 지난 대선 때 15%에 불과하던 세종시 통합당 지지율을 김 전 위원장이 40% 가까이 올려놓았다고 자부했으나, 민주당 후보와 1만5천여표 차이의 격차를 넘어서진 못했다. 비대위원장 시절에도 원외 인사라는 한계 때문에 혁신적 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전례를 볼 때 그의 원외 잔류는 정치력 확장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에 대해서는 21대 국회 입성 예정인 10여명의 '유승민 키즈'를 통해 정치력을 회복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으나, 그대로 실현될지는 의문이다. 당선된 친유승민계 인사들은 대부분 영남권에 몰려 있는 등 유권자들이 '유승민'보다는 '통합당'이라는 당력에 더 끌렸을 것이라는 게 일각의 주장이다.
특히 유 의원 지지층은 주로 '수도권의 합리적 젊은 보수층'인데, 이번 통합당의 수도권 참패로 그의 입지는 크게 줄어들 것이란 정치권의 해석도 나온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서울 광진을에서 치열한 접전 끝에 민주당 후보에 패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심판하기 위해 이곳을 선택한 오 전 시장은 현 정권 실세를 심판하기는커녕 청와대 대변인으로 활동하던 '문재인 키즈'(고민정)도 잡지 못한 격이 됐다.
남은 인사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 주호영·정진석 통합당 의원 등이다. 타격받은 거물급 잠룡들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정치적 역량이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 대선 후보로 보수 인사 가운데 인지도가 가장 높다는 장점이 있다. '모래시계 검사' 이미지로 문재인 정권의 대항마적 기질도 익히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난 대선 때 122석의 거함을 몰고도 24%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했다. 103석으로 쪼그라든 이번 총선 결과를 갖고는 어떤 성적이 나올까"라고 걱정했다.
김태호 전 지사는 '험지출마'를 끝내 거부한 이번 총선에서도 드러나듯이 영남 무대에만 머물러 있어 정치적 확장성에 의문 부호가 달리고, 당내 최다선 의원이 된 주호영 의원은 당대표 출마를 염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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