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의 도도한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4·15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은 다시 한 번 '참회'와 '쇄신'을 약속했다. 지난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에서 대패했을 때와 같은 방식의 대처다.
다만 연이은 선거 패배로 간신히 보수당 간판만 붙잡고 있는 형국이라 '이제는 말만 개혁으로 그쳐선 안 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당내에서 폭발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통합당은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가까스로 넘기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선거를 진두지휘한 김종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은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세도 갖추지 못한 정당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한 것을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통합당이 부족했음을 시인했다. 이어 "야당도 변화하라는 명령으로 받아들이겠다"며 "이번 총선에서 드러난 국민 마음을 잘 새겨서 야당도 변화하지 않을 수 없어졌다"고 덧붙였다.
'불출마 백의종군'한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국민의 선택을 무거운 마음으로 받들겠다"며 "저희가 크게 부족했음을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 "보수의 책임과 품격을 지키지 못했다"며 "더 성찰하고, 더 공감하고, 더 혁신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당내에선 과거 여야 정당이 선거에 참패하고 나서 만들어졌던 '구당(求黨)모임'을 서둘러 꾸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유승민 의원을 비롯해 서울 한강 이북에서 유일하게 당선된 권영세(용산·4선)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박형준 공동 선거대책위원장, 서울 광진을에서 석패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당내 개혁 성향의 중량급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외부 인사를 영입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정치권에선 통합당이 참패에 대한 원인 분석은 쉽게 하고 있지만, 누가 주도권을 잡고 당을 추스르느냐를 논의하는 단계가 되면 다시 내홍이 깊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차기 대선 경선을 관리할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우선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론 공방을 벌인 후 누가 책임지고 당의 위기상황을 수습하느냐를 두고 당이 한 차례 더 내홍이 겪을 것"이라며 "당이 깨지는 수준의 충돌과 격론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한편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통합당과 달리 기록적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은 표정 관리와 당선인들의 입단속에 여념이 없다. 자칫 오만한 모습이 비치거나 불필요한 구설에 휘말릴 경우 차기 대선에 독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해찬 대표 겸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선거 승리의 기쁨에 앞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국정에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더 겸손한 자세로 민심을 살피고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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