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에 잘 맞는 짝을 만나는 행운은 복(福)이다. 사물도 제대로 짝을 이루면 안정감을 주고 사람 역시 같다. 그래서 세월을 넘어 짝을 잘 찾는 일은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평생의 동반자 짝을 찾는 일은 당사자는 물론, 부모에게는 인륜의 대사라고까지 했다지 않은가.
우리가 역사에서 만나는 동반자로서 잘 맞은 짝으로 흔히 재령 이씨 이시명과 그의 두 번째 부인이 된 안동 장씨 장계향을 들 수 있다. 특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외동 맏딸 장계향을 첫 부인과 사별한 이시명과 짝을 맺어준 장흥효의 선택은 한편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사위와 딸, 외손자들 업적을 보면 어쩌면 천생배필의 결정인 듯도 하다.
사위는 장인을 이어 학맥을 전승했고, 딸은 전처 맏아들에 자신의 여섯 아들까지 학자, 관료 등 당대 인물로 키웠고, '음식디미방' 같은 최초 한글 요리책도 남긴 데다 뒷날 '여중군자' 소리를 들을 만한 처신을 했으니 말이다. 아버지, 남편, 일곱 아들, 자신의 행적까지 호평이니 잘 만난 짝의 선례임이 분명하다.
반대 사례도 있다. 조선 마지막 황제 고종의 아들 영친왕(이은)과 딸(덕혜 옹주)이 그렇다. 100년 전인 1920년 4월, 영친왕은 일본 왕족 여성과 짝을, 덕혜 옹주는 10년 지난 1931년 5월에 일본 귀족과 정략 결혼의 짝을 맺었다. 특히 일제는 이를 계기로 한일 백성 사이 결혼도 장려하며 피 섞는 정책에 나섰다.
이런 흐름에 대구 출신 음악가 김문보도 1926년 일본 여성과 짝을 맺는 등 두 나라 사이 혼인도 늘어 1923년 245쌍의 한일 부부는 1939년 2천678쌍에 이르렀다. 겉으로는 혼혈의 결혼이 늘었지만 김문보 부부 이혼, 영친왕의 무기력한 삶, 덕혜 옹주의 이혼과 비참함처럼 한일 부부 짝은 맞지 않는 사례도 많았다.
좋은 짝을 이루지 못한 불행한 결과가 사람만 그럴까. 대구경북과 보수 정치세력과의 짝 이룸과 그에 따른 후유증도 다르지 않다. 선거 때마다 표를 줬더니 신주처럼 모시기는커녕 되레 천대하니 말이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사실상 대구경북 25석 전 선거구를 석권한 미래통합당에서 대구경북 등 영남권 배제론이 나온다고 한다. 몰표에도 짐짝 신세이니 짝을 잘못 만난 것이 틀림없다. 아, 어쩌랴. 같은 일의 되풀이에도 짝을 바꾸지 않는 대구경북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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