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변 이상설'로 나라 안팎이 분분하다. 정치권과 유튜브뿐만 아니라 주류 언론에서도 갖가지 설(說)들이 추측 혹은 전문가 인용 형태로 보도된다.
어떤 사람은 김정은이 심혈관 수술을 받았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피신 중이라고 한다. 수술 실패로 뇌사 상태에 빠졌다는 사람도 있고, 사망했다는 사람도 있다.
설들이 난무하자 청와대는 '(북한에) 특이 동향이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김정은 사망설, 위중설'은 숙지기는커녕 더욱 정교한 '언어'와 '이야기'로 번지고 있다.
'김정은 신변 이상설'이 번진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북한은 4월 10일로 예정돼 있던 최고인민회의를 12일로 연기했다. 연기한 회의에도 김정은은 참석하지 않았다. 거기에 북한 최고 명절인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 4월 15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김정은이 집권 이후 처음으로 불참한 것이 '신변 이상설'에 기름을 부었다.
각종 설(說)이 광범위하게 퍼지는 것은 그 설(說)을 무력화시킬 '확인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지난 11일 이후 17일이 넘도록 김정은의 행방이 묘연함에도 북한은 물론 우리 정부, 미국, 일본, 중국 등 어느 나라도 '이상설'에 대한 분명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만나기로 한 사람이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을 때, 의문을 갖는 것은 자연스럽다. 북한 김정은이 태양절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을 두고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합리적이다. '터무니없는 음모론에 불과하다'고 무시하는 쪽이 오히려 비합리적이다.
물론 김정은이 마치 사망한 양 가짜 영상으로 만들어 배포하는 것은 억측을 넘어 망상이다. 하지만 그의 행방이 오리무중인데도 '특이 동향은 없다'며 일축하는 것 또한 비합리적이다. 김정은의 태양절 행사 불참은 '특이 동향'이 맞다.
4·15 총선 사전투표 조작설이 확산되고 있다. 사전투표함 개표 과정에 통계 조작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몇몇 유튜브에서 제기한 의혹은 SNS를 타고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국내외 대학교수들까지 나서서 '인위적인 작동' 의혹을 제기한다.
주요 내용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1천 개 이상의 동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사전투표 득표율이 총선 당일 투표 득표율보다 (거의 일률적으로) 10% 정도 높다. 그런 일이 현실에서 일어날 확률은 1천 개의 동전을 동시에 던져 모두 앞면이 나오는 경우와 같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의혹들이 온라인상에 퍼져 있다. '터무니없어 보이는' 내용도 있고, '상당히 설득력 있어 보이는' 내용도 있다.
21세기 대한민국 사회에서 선거 개표 부정이나 조작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어쩌면 망상일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자유민주주의가 완전무결하기에 선거 부정은 있을 수 없고, 개표 시스템의 보안 역시 100% 완벽해 누구도 위해를 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이 또한 합리적이지 않다. 어쩌면 몽상일 수도 있다.
김정은이 공식 석상에 나타나면 그의 신변 이상설은 일거에 해소된다. 4·15 총선 사전투표 조작 의혹을 털어버리는 방법 역시 간단하다. 의혹이 제기된 수도권 선거구 중 2, 3개 선거구를 샘플로 선정해 사전 투표함을 공개 수(手)재검표 하면 된다.
상당수 사람들이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에 대해 제기한 의혹을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해버린다면 그 자리에 불신이 자라게 된다. 이는 우리 사회의 건강에 치명적 위해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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