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천의 100산(山) 100설(說) <3>백두기양지맥과 기양백운·미모단맥

3. 백두기양지맥과 기양 백운·미모단맥

감문국 백성들의 원혼이 구름이 되어 걸려 있다는 전설을 가진 백운산(속문산) 정상.
감문국 백성들의 원혼이 구름이 되어 걸려 있다는 전설을 가진 백운산(속문산) 정상.

백두대간 용문산에 갈라진 백두기양지맥은 김천시의 동쪽을 감싸듯 안으며 낙동강을 향해 힘차게 뻗어 나간다. 기양지맥 백운산(삼방산)에서 감천을 향해 뻗어 나온 산줄기가 기양백운단맥과 기양미모단맥이다.

두 산줄기와 감천(甘川) 사이의 너른 들판은 풍부한 물과 강가의 비옥한 경작지로 인해 예로부터 지리·경제적 요충지였다. 이곳에는 1천800여 년 전 삼한시대(三韓時代) 변한 12국 중 감문국(현 감문·개령면)이 자리했다.

김천지역에서 첫 소왕국이 존재했던 곳인 만큼 다양한 이야기들이 전해온다.

◆기양 백운·미모단맥에 얽힌 이야기들

▷잊힌 왕국, 감문국(甘文國)

삼한시대 변한 12국 중 하나인 감문국에 대한 문헌 기록은 삼국사기가 처음이다.

삼국사기에는 '사로국(신라)의 조분 이사금 2년(231년) 7월, 이찬 우로(于老)를 대장군으로 삼아 감문국을 멸하고 그 땅을 군(郡)으로 삼았다'고 적고 있다.

역사의 첫 기록이 감문국의 마지막이다 보니 아쉽게도 그 이전의 감문국에 대한 사료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후 감문국에 대한 기록도 조선 후기 발간된 지리서에서나 볼 수 있다.

하지만 개령면과 감문면 일대에는 주민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는 이야기와 감문국의 흔적들이 산재해 있다.

◇호랑이 기운을 누르고 있는 계림사(鷄林寺)

호랑이 기운을 누르기 위해 지어졌다고 전해지는 계림사 전경.
호랑이 기운을 누르기 위해 지어졌다고 전해지는 계림사 전경.

기양백운단맥의 끝자락에 위치한 감문산은 풍수지리학적으로 호랑이가 감천을 향해 엎드린 형상이다. 호랑이의 살기(殺氣)는 감천 건너편에 있는 아포로 향했고 이로 인해 재앙이 끊이지 않았다. 아도화상은 이 소식을 듣고 살기를 억누르기 위해 호랑이 심장에 해당하는 위치에 절을 짓고 호랑이와 상극인 닭을 수천 마리나 길렀다. 하지만 닭조차 죽어 나가자 절의 이름을 계림사(鷄林寺)로 고쳤다. 이후 아포에서는 더 재앙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전한다.

▷감문국 후예들의 마지막 결전지 감문산성과 속문산성

속문산성 터. 돌을 쌓아 기초를 만들고 그위에 흙을 덮어 성을 만들었다
속문산성 터. 돌을 쌓아 기초를 만들고 그위에 흙을 덮어 성을 만들었다

감문산성(甘文山城)은 감문산 정상부에 축조된 산성으로, 능선을 따라 인위적으로 축조된 토성(土城)과 군창지, 봉화대 터 등이 남아있다. 주민들은 감문국 궁궐에서 불과 수㎞ 떨어진 이곳이 신라와의 싸움에서 수뇌부의 피난처 등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짐작한다.

속문산성은 '감문국 군사들이 속문산성에서 끝까지 저항하다 목숨을 잃었다'는 구전과 함께 속문산성이 위치한 산은 죽은 감문국 병사들의 영혼이 흰 구름이 되어 산정을 떠돌고 있어 이때부터 백운산으로 불렸다고 전해온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속문산성(俗門山城)에 대해 '석축 길이 744m, 높이 2.1m, 샘 2곳과 연못 2곳, 군용창고가 있다(石築周圍二千四百五十五尺 高七尺 內有二泉二池 有軍倉)'고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감문산성 터에는 옛 산성에 속한 건물에서 떨어진 기와조각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감문산성 터에는 옛 산성에 속한 건물에서 떨어진 기와조각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금효왕릉(金孝王陵)과 장부인릉(獐夫人陵)

신증동국여지승람 등 조선 후기 지리서에는 감문국 금효왕릉과 장부인릉의 위치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

감문면 삼성리 도로변에 위치한 금효왕릉은 높이 5m, 지름 10m 정도로 크지 않지만, 김천에서 유일하게 왕릉이라 불린다. 최근 김천시는 금효왕릉에 대한 발굴조사를 벌였지만 특별한 유적을 찾지 못했다. 주민들의 구전에 의하면 일제강점기 금효왕릉은 여러 차례 도굴의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금효왕의 부인으로 알려진 장부인릉은 개령면 서부리의 도로변에 있는 옛 사자사(獅子寺) 터 옆에 있다. 하지만 경작지로 개간이 돼 봉분의 규모를 식별할 수 없다. '장릉(獐陵)이라 불리기도 한다.

금효왕과 장부인의 애틋한 사랑을 전하는 시가 감문국개령지(1934년·우준식)에 수록돼 있다.

'사랑하는 獐姬(장희)가 어이가단 말가/…/ 宮闕(궁궐)에 계옵신 임금님의 옷깃에/ 구슬 같은 눈물 터뜨리고/千百年(천백년) 잘 있으라 祝願(축원) 드리였거든/…/ 無心(무심)한 까마귀 앉았다 날더라'

▷감문국의 군사를 훈련하던 빗내농악

2019년 국가무형문화재 제11-7호로 지정된 빗내농악은 삼한시대 감문국에 속한 빗내(廣川)마을에서 전승되어온 농악으로 감문국의 '나랏제사'(진굿)와 풍년을 기원하는 '빗신(별신·別神)제'가 혼합해 동제(洞祭) 형태로 전승되고 있다.

빗내농악은 농악의 기원 가운데 농사 굿과 군악 굿인 진(陣) 굿의 두 가지 특성을 함께 지니면서 독특한 진풀이의 전개와 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골매기 굿과 지신밟기, 문 굿 등의 농악적 측면과 군사훈련을 의미하는 다양한 진풀이를 구현해 농악과 군악을 아우르는 독특한 형식을 취한다.

백운산(삼방산)정상
백운산(삼방산)정상

◆감문국의 최후 방어선을 오르다

백두기양지맥에서 기양 백운·미모단맥이 갈라지는 봉우리는 백운산(삼방산)이다. 백운산은 속문산성이 있는 백운산(속문산)과 기양지맥에서 갈라지는 백운산(삼방산)이 나란히 붙어 있다. 산 사람들은 각각 작은 백운산, 큰 백운산으로 부른다.

송북리 마을회관에서 시작해 백운산(속문산), 속문산성 터, 백운산(삼방산)을 거쳐 상주시와 경계를 따라 하산하다가 다시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구미시 경계를 따라 내려오다 보면 '큰못'을 지나 출발점으로 돌아올 수 있다. 속문산성에서 백운산(삼방산) 쪽으로 가다 보면 오른쪽에 문무리와 상주시 공성면을 한눈에 내려 볼 수 있는 조방바위가 있다.

백운산(속문산)과 백운산(삼방산) 사이에 위치한 조망바위에서 바라본 문무리, 멀리 어모면을 넘어 백두대간이 보인다.
백운산(속문산)과 백운산(삼방산) 사이에 위치한 조망바위에서 바라본 문무리, 멀리 어모면을 넘어 백두대간이 보인다.

보산은 감문면 금라리 마을 안길로 들어서면 농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보이는 오른쪽 능선이 들머리다. 올해 처음 100산에 지정된 터라 아직은 등산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오른쪽 능선을 오르면 희미하게 사람의 흔적이 정상으로 이어진다.

대양산은 금라리 맞은편 남전2리에 있다. 기양백운단맥은 백운산에서 보산, 대양산을 거쳐 감문산(취적봉)으로 이어진다.

대양산은 제대로 된 등산로를 찾기 힘들어 송정에그팜 앞에 차를 세우고 직선 코스로 정상에 도전했다. 된비알을 40분 남짓 오르면 정상을 만날 수 있다. 정상에서는 감문면 보산과 개령면 취적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내려오는 길은 남전2리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반대쪽으로 내려가면 매봉산을 거쳐 하산하는 길이다. 남전 마을로 내려오는 길도 사람의 흔적을 찾기 힘들다.

취적봉에서 바라본 개령들판과 감천,
취적봉에서 바라본 개령들판과 감천,

취적봉으로 불리는 감문산은 개령면사무소 뒤쪽을 통해 오르는 길이 산길의 정취가 있다. 감문산성이 있었던 곳이라 정상을 오르는 길은 가파르기만 하다. 정상 부근에는 폭 10m, 길이 약 100m의 평지가 이어져 있고,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기와 파편들이 이곳이 산성터 였음을 짐작케 한다. 정상에 오르면 넓은 개령들판과 감천, 그 너머 아포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기양미모단맥에 속한 산들 중에 우태산과 미모산, 광덕산이 100산에 이름을 올렸다.

미모산과 우태산 등산로는 구미시 선산읍과 김천시의 경계인 서남재에서 출발한다. 도로변에서 시작된 등산로는 구미시와의 경계를 따라 꽤 돌아가는 길이지만 길 안내 표지가 곳곳에 있어 정상으로 가는 가장 쉬운 길이다.

미모산 정상에 올랐지만 키 큰 나무들로 인해 조망을 보기 어렵다. 우태산은 미모산 정상을 거쳐 약 10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원점회귀를 하거나 삼성리 방향으로 내려가도 된다. 삼성리 방향은 등산로는 짧지만, 사람의 흔적이 없어 쉽지 않은 길이다.

광덕산 들머리는 미모산 출발점과 913번 지방도를 사이에 두고 반대쪽에 위치한다. 광덕저수지가 위치한 광덕리 마을 뒷산인 셈이지만 제대로 된 등산로를 찾지 못해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등산로 곳곳에 구미시 경계 산악 팀이 표시를 해뒀다. 이 표시만 따라가다 보면 목표했던 광던산 정상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광덕산 정상은 구미시와 경계를 이루는 능선을 따라가다가 오른쪽 김천 방향으로 꺾어야 만날 수 있다.

◆기양백운단맥에 속한 산들

▷백운산 다른이름:삼방산 631m ▷백운산(白雲山) 다른이름:속문산(俗門山) 618m ▷대양산(大陽山) 309m ▷보산(寶山) 311m ▷감문산(甘文山) 다른이름:취적봉(吹笛奉) 320m

보산(금라리) 방향에서 바라몬 대양산, 멀리 감문산이 보인다.
보산(금라리) 방향에서 바라몬 대양산, 멀리 감문산이 보인다.
보산 정상
보산 정상

◆기양미모단맥에 속한 산들

▷미모산(美貌山) 478m ▷우태산(牛泰山) 492m ▷광덕산(廣德山) 393m

우태산 정상
우태산 정상

〈참고문헌〉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산경표(신경준 지음, 박용수 해설), 김천의 산(김천문화원), 대간 숨을고르다. 황악(매일신문, 박용우), 한글산경표(현진상), 김천의 마을과 전설(김천문화원)

〈도움주신분들〉 자문=송기동·강주홍, 사진=박광재·이종섭, 드론=윤삼원, 산행=김삼덕·임상봉

감문국 이야기나라 조감도
감문국 이야기나라 조감도

〈BOX〉 감문국 이야기나라

김천시는 고대 개령·감문면 지역에 존재했던 감문국의 흔적과 역사속의 기록들을 찾아 전시·교육 및 체험할 수 있는 '감문국 이야기나라'를 조성하고 있다.

시는 감문국의 잊힌 옛 이야기들과 구전문화의 재현을 통해 다양한 관광컨텐츠 개발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감문국 이야기나라는 개령면 동부리, 감문면 삼성리 일대에 부지면적 2만3천774㎡ 규모로 조성된다. 2021년 말 준공을 목표로 역사체험지구, 역사탐방지구, 역사문화전시관, 금효왕릉정비 등에 국·도비와 시비를 포함 159억원이 투자된다.

〈공동기획 김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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