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강규형의 새론새평] 대통합 전략 실패한 통합당, 당의 가치 사라졌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현대사)

미래통합당 김한표 원내수석부대표(왼쪽부터), 김재원 정책위의장,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제2차 본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김한표 원내수석부대표(왼쪽부터), 김재원 정책위의장,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제2차 본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규형 명지대 교수
강규형 명지대 교수

21대 총선의 후유증은 상당히 클 것이다. 투개표에서 선거부정이 없었다는 전제하에 요약하자면, 요번 총선에서 여당의 압승은 난데없는 우한 바이러스 사태가 가장 큰 요인일 성싶다. 사회가 정상적으로 가동될 수 없는 예측불허의 상황에서 방송 등 선전선동 기구들을 장악한 집권 세력이 자신들의 우한폐렴 초기 대응 실패를 교묘히 성공 스토리로 윤색하는 데 성공했다. 거기에 덧붙여 사회보장으로 위장한 노골적인 매표(買票) 행위가 통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서울 광진구의 고민정 후보 지원 유세에서 "고(민정) 후보를 당선시켜 주시면 저와 민주당은 100% 국민 모두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드리기 위해 전력을 다 하겠다"는 역대급 악성 매표 행위를 스스럼없이 행했다. 이제 고 씨가 당선됐으니 국민 전부가 '하사금'을 받을 차례인가? 설사 지원금이 전 국민에게 지급된다 해도 그게 고 씨의 당선 때문이라는 괴상한 논리가 성립되니, 이런 난센스 같은 상황을 어떻게 변명할 것인가. 이것은 노골적인 선거법 위반이다.

이외에도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무기력도 지적을 안 하고 넘어갈 수 없다. 리더로 내세운 '황교안'이라는 상품은 어떤 감흥도 주지 못했다. 황교안이라는 잠재적 대권 후보가 조기 탈락한 것이 자유우파 세력에게는 다행이라고까지 자조하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황 전 대표가 택한 전략은 '대통합'이었고 그가 기용한 책사는 박형준 전 의원이었다. 한 유튜브가 잘 요약했듯이 요번 총선은 황의 '대권욕'과 박형준의 '몽상'이 빚은 '대참사'였다. 박 전 의원은 설득력 있게 말하는 재능은 있으나, 지금까지 자신이 주도한 여러 승부에서는 거의 언제나 참패하는 징크스도 갖게 됐다. 더군다나 막후에서 좌지우지한 사람이 소위 정치 브로커인 유모 씨라는 항간의 소문은 기자들의 취재로 거의 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이런 중차대한 일에 이런 류의 사람을 주요 전략가로 썼다는 사실은 황교안 리더십의 수준을 보여줬다.

필자는 누누이 요번에 제1야당에서 통합과 혁신은 같이 갈 수 없다고 강변했었다. 대통합은 우파의 제 정파들을 끌어안아야 가능한 것이기에, 거기에는 혁신이 자리 잡을 여지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우파 세력의 분열을 막기 위해 이 전략을 쓴 것까지는 이해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번 통합은 소위 중원, 즉 중도층을 공략하는 데 집중됐다. 총선 주도 세력의 평소 지론이 탈이념 중도실용이니 능히 예측 가능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이런 방향이 너무 치우친 형태로 진행되면서 정당의 생명인 가치와 이념이라는 공통분모는 철저히 무너졌다.

특히 유승민계에겐 유 의원의 불출마 대신에 지나친 특혜가 주어졌으며, 안철수 측이 지역구 후보를 안 내는 대신에 안철수계 인사들에게도 엄청난 배려가 행해졌다. 대신 그동안 자유한국당을 지켜온 인사들은 오히려 찬밥 신세가 됐고, 광화문을 가득 채웠던 진성 우파 세력은 철저히 무시됐다. 특히 '조국 사태'로 격발된 10월 항쟁의 정신은 사라졌다. 자유우파적 가치가 실종된 혼이 없는 정당, 잡탕밥인 정당이 됐다. 그 결과 실체 없는 중도층 흡수는 실패했고, 고정 지지층이 있는 영남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처참한 패배가 기다렸다. 결사적으로 당이 막으려 했던 패스트트랙을 오히려 지지한 안철수(국민의당)계 사람들이 별 반성도 없이 무조건 공천받는 당에게 무슨 가치와 기준을 기대할 수 있겠나. 결과는 이들의 전원 낙선이었다.

유승민계는 영남에서 주로 공천을 받아 쉬운 당선을 따낸 사람들이 많지만, 그들이 새로운 주도 세력이 돼서는 안 된다. 이런 공천을 주도한 김세연 의원도 책임을 면할 수 없지만, 오히려 차세대 지도자로 추대되는 움직임조차 있으니 통합당은 아직도 정신을 덜 차린 듯하다. 정치적 상상력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무기력하다.

영남지역에서 비교적 쉽게 당선된 의원들의 면면을 보면 몇 명 인사들을 제외하고는 차세대 리더로서의 자질이 보이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도 문제다. 특히 "대구 코로나"라는 집권세력의 특정 지역 희생양 만들기의 역풍으로 사실상 전원 당선된 대구경북지역에서 기대주를 발견하기 힘들다는 엄연한 사실은 우익 정당뿐 아니라 이 지역에 어두운 미래를 예견한다. 해결해야 할 난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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