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사판이 된 대구” 직장인과 학생들은 한숨만

코로나 사태 이후 재택하는 이들 많아 소음에 더 민감해

지난달 28일 대구시내 한 건물 신축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지난달 28일 대구시내 한 건물 신축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직장으로 출근할 때는 몰랐는데 재택근무를 하니 아침부터 이어지는 공사 소음을 견디기가 너무 힘들어요. 구청에 민원을 계속 넣고 있지만 해결될 것 같지가 않네요."

대구 중구 대봉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A(36) 씨는 얼마 전 비싼 돈을 주고 고급 소음 귀마개를 구매했다. 인근 주상복합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소음 때문에 도저히 업무에 집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평상시엔 소음을 들을 일이 거의 없었지만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를 하게 된 A씨는 건설현장의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등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재개발이나 재건축 등 주택건설현장의 소음과 분진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

대구시가 지난 17일 발표한 '주택건설사업 추진 현황'에 따르면 3월 기준 대구 내 착공에 들어간 주택건설현장은 모두 88군데다. 이중 소음과 분진이 많이 발생하는 흙막이, 터파기 등 토공사와 골조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모두 63곳이다. 수성구가 12곳으로 가장 많았고 북구 11곳, 동구·중구 10곳 순이다.

이 때문에 재택근무로 하루 종일 집에 머물러야 하는 직장인들은 소음과 분진으로 업무 효율과 삶의 질이 저하되는 등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서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취업지원관으로 일하는 B(51) 씨는 최근 두 달간의 재택근무가 어느 때보다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B씨는 "업무 특성상 상담 등 통화를 할 일이 많은데 주변 건설현장의 소음 탓에 방해가 많이 됐다"며 "하루 종일 집에 있어 답답해도 분진 때문에 창문조차 열지 못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르면 아침 8시 전부터 시작되는 공사에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는 학생들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중학교 3학년 아들을 둔 학부모 C(46) 씨는 주변 재개발 현장의 소음으로 아들이 공부에 집중을 못할까 걱정이 태산이다. 김 씨는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공부에 방해될까 청소도 자제하는데 공사는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어진다"며 "아들이 이어폰을 끼고 수업을 들어도 발파 작업으로 발생하는 굉음과 진동으로 깜짝 놀란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구청마다 이와 관련한 민원도 늘고 있다. 대구 수성구청에 따르면 올해 3월 소음·분진으로 인한 민원은 모두 140건으로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인 1월 78건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구청들은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소음·진동관리법 상 소음규제 기준을 넘거나 비산먼지 날림을 막기 위한 방진덮개 및 방진벽 미설치 등 대기환경보전법을 어길 경우에나 각 구청이 과태료나 공사 중지 명령 등 행정처분이 가능할 뿐 건설업체에서 기준만 지킨다면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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