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코로나 19가 발생한 해 어버이날

강성조 경북도 행정부지사

강성조 경북도 행정부지사
강성조 경북도 행정부지사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조심하고 긴장된 나날을 보내는 2020년에도 어김없이 5월이 왔다. 그런데 신록의 계절 5월이 예년의 아름답고 화창한 계절로만 느껴지지 않는다. 모두가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서로 예방 수칙을 지키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상북도는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다중이 모이는 행사를 중지했다. 매년 개최하던 어버이날 행사를 금년에는 취소했다. 안타까움이 크다.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이 있는 가정의 달이다. 특히 8일은 어버이날로서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하고 어른과 노인을 공경하는 경로효친의 미덕을 기리고 되새기는 날이다.

우리나라 어버이날은 1956년 제정된 어머니날을 시작으로 1973년 개정된 '각종 기념일에 대한 규정'에서 어버이날로 개칭됐고 그해 5월 8일을 제1회 어버이날로 정했다.

어버이날은 과거부터 내려오는 효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 효경(孝經) 첫째 장구인 개종명의(開宗明義)는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로 시작한다. 사람은 누군가의 자식이었다가 나이가 들면서 누군가의 부모가 되어 살아가게 된다. 산업화를 거치고 도시화가 일반화된 요즘 효의 의미와 가치도 많이 변했다.

나이 든 부모님과 함께 살거나 3대 이상의 가족이 함께 생활하거나 가까이 살면서 서로 행복하게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이 요즘 우리의 삶이다. 가족의 정을 나누는 방식도 크게 달라졌다. 스마트폰과 유튜브 같은 SNS가 한몫을 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감염병 예방을 위해 사람들의 생각과 일상생활이 크게 바뀌었다. 자영업을 하는 아들도, 직장생활을 하는 딸도 코로나19의 그늘을 피해갈 수 없는 이 마당에 어버이날을 맞아 자식들의 방문은 물론이고 보내주는 용돈에도 손사래를 치는 것이 코로나 시대 부모의 마음이다.

경북도에는 65세 이상 어르신이 전체 도민의 21%인 56만 명이다. 금년 2월부터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특히 어르신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계신다.

어르신들이 함께 어울려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경로당, 노인복지관, 노인교실, 취미클럽 등의 시설은 휴관으로 이용하기가 어렵게 됐고, 적으나마 수입이 생기는 노인 일자리사업도 중단됐으며 각종 단체가 운영하던 무상급식도 축소됐다.

경북도가 이번 코로나19와 관련해 도민의 안전을 위해 가장 관심을 기울인 부분은 면역력이 약한 어르신들이 집단생활을 하는 양로원, 요양원 등 노인생활시설이었다. 시설에서 생활하는 어르신을 위해 마스크 등 위생물품들을 지원하였지만 넉넉하지는 않았다.

코로나19가 노인생활시설에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가장 강력한 조치인 시설 입소자와 종사자를 통째로 격리하는 코호트격리를 2주간에 걸쳐 선제적으로 시행했다. 그 결과 노인시설에 대한 확산을 효율적으로 막아낼 수 있었다. 그런 조치를 잘 참고 따라준 시설 관계자와 어르신들께 고마움을 전한다.

감염병이 발생하는 어려운 시기에도 부모님을 존경하고 편안히 모시려는 효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아울러 갑작스러운 감염병으로 연로하신 부모님과 가족을 잃은 슬픔을 겪은 분들을 위로하며 돌아가신 분들을 충분한 예의를 갖춰 보내드리지 못한 상황이었는데 다가오는 어버이날을 맞아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번 어버이날에는 감염병 예방 수칙을 잘 지키면서도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부모님을 찾아뵙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어버이날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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