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경북 안동지역을 강타한 산불로 축구장 1천 개가 넘는 임야를 태웠다. 건조한 날씨에 바짝 마른 나무들이 불쏘시개 역할을 했고 국지성 강풍에 실린 불길이 달집 같은 산봉우리들을 넘나들었다. 고속도로를 뛰어넘는 불티를 보고 주민들은 도깨비불 같았다고 했다. 안동 산불로 놀란 가슴을 채 쓸어내리기도 전에 강원 고성에서 또 산불이 일어나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해마다 등장하는 산불 소식은 낯설지 않다. 문제는 그 강도의 진화이다. 우리나라만의 현상도 아니다.
2018년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대형산불 '캠프 파이어'는 17일 동안 맹렬하게 타오르며 우리의 수도 서울보다 넓은 면적을 태웠다. 특히 2만7천여 명이 거주하던 파라다이스 시가지 전체를 집어삼키며 8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은퇴자와 노인층이 많이 살던, 이름 그대로 평화롭고 조용하던 파라다이스 마을이 한순간에 폐허로 전락한 것이다.
캘리포니아는 대형산불이 잦은 곳이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기록된 이 불길을 확산시킨 주범은 '샌타 애나'라는 계절풍이었다. '악마의 바람'이란 별명을 지닌 매우 건조한 돌풍으로 산불에 강력한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산불 발생과 확산의 최대 변수가 바로 건조한 기후와 위력적인 바람인 것이다. 과학자들은 산불이 커지는 일련의 원인을 지구온난화에서 찾는다.
지난해 가을에 시작된 호주 산불은 5개월이 넘게 지속되면서 우리 한반도 면적을 넘어서는 숲과 초원을 태웠다. 상상을 초월하는 최악의 산불이다. 고온과 강풍에 불길이 솟구쳐 오르며 이동하는 '화염 토네이도' 현상이 잇따랐다. 삶의 터전과 가족을 잃은 건 사람만이 아니었다. 코알라와 캥거루를 비롯한 숱한 야생동물들이 희생되었다. 갈수록 거세지는 산불이 예사롭지 않다.
대규모 산불은 멀리 지구 반대편 국가에까지 대기오염을 일으킨다. 그것은 환경의 변화를 초래하며 제2의 자연재해를 파생시킨다. 만년설과 빙하를 녹이고 홍수를 일으키는데 그치지 않고, 궁극적으로는 극심한 가뭄과 엄청난 폭염을 몰고 온다. 산불도 이제는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닌 지구촌 모두의 위기로 닥친 것이다. 모두가 인간의 탐욕과 자연생태계 왜곡에서 비롯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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