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부모와 함께 나누고픈 북&톡] 공부가 뭐길래

세계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민주적인 선거를 치르고, 자율적인 통제 속에서 이를 극복해 나가는 대한민국 국민의 높은 시민의식을 칭송합니다. 이런 와중에 학교는 한 번도 가지 않은 온라인 개학을 했습니다. 공부에 대한, 대단한 열정입니다. 이 열정이 시민의식의 밑바탕에 큰 몫을 차지했으리라 짐작합니다. 한편 우리나라만큼 '공부에 중독'된 나라도 흔치 않겠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 독서가 공부머리와 만났을 때

최승필의
최승필의 '공부머리 독서법' 표지

독서와 수능 점수의 상관관계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책이 있습니다. '공부머리 독서법'(최승필 지음)은 제목부터 확 끌립니다. 독서를 하면 시험을 잘 치고 좋은 대학도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는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 대치동에서 오랫동안 독서 논술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그는 엄청난 사교육의 관리 속에 우등생의 지위를 누리다 중·고교로 진학하며 몰락하는 90%의 초등학생들을 관찰합니다. 반면 상급 학교로 진학하면서 두각을 나타내는 학생들도 만납니다. 그리고 '듣는 공부'와 '독서를 통한 언어능력의 획득'으로 그 차이를 설명합니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시험 문제를 빠르고 정확히 이해, 문맥을 파악하는 데 독서가 도움이 된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일 것입니다. 이 책은 초보 독서가와 숙련된 독서가로 가는, 구체적이고 친절한 설명으로 독서교육의 시기와 방법을 고민하는 학부모들에게 유익하게 다가갑니다. 우리 아이 읽기 능력을 판별하는 법에서부터 초교 저·고학년, 중·고교생 독서법과 훈련법 등을 매우 구체적으로 제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부머리를 학교 언어로 표현된 시험 문제 해결 능력에 초점을 맞춘 아쉬움이 있습니다. 독서가 시험 성적을 올리는 유익한 수단으로만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생깁니다. 또 공부에 심하게 '중독'된 우리 사회에서 독서마저 해치워야 할 숙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 공부의 참 의미를 잃어 가는 우리에게

엄기호의
엄기호의 '공부공부' 표지

공부에 지쳐 공부를 잃은 이들에게 공부의 참 의미를 다시 되새기게 하는 책이 있습니다. '공부공부'(엄기호 지음)는 공부 잘하는 비법을 가르쳐주는 책이 아닙니다. 사회학을 전공한 저자는 1980년대 이전, 1990년대 그리고 오늘날 변화된 사회와 학교 공부의 관계를 명쾌하게 설명합니다.

한국전쟁 이후 다들 비슷한 출발선에서 학교 공부는 신분 상승의 수단이었습니다. 그래서 1980년대 고도경제성장기까지 학교 공부는 학생들이 힘들어도 교실 의자에 붙들어 앉힐 힘이 있었습니다.

과도한 입시 경쟁 속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로 이어지는 1990년대는 '자아실현'이 공부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사회적으로 합의합니다. 하지만 IMF 경제위기를 거치며 공부는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합니다. 오늘날 경제적, 사회적으로 다분화된 환경에 놓인 학생들을 붙들어 놓을 정도로 동일한 '학교 공부'의 동기 부여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저자는 쫓기듯 해치우는 공부로 '아는 건 많은데 다룰 줄 아는 것이 없는' 현실을 지적합니다. 그리고 더 이상 과거처럼 사회 경제적 성장을 보장할 수 없는 오늘날에 '삶의 전환을 위한 공부의 전환'을 제안합니다.

'자신의 한계를 알고', 그런 '자기를 소중히 여기며 배려하기'를 강조합니다. 공부가 먼저 그런 자기 배려의 과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또 공부가 재미의 탐닉을 넘어 기쁨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내적 동기에 의한 성장의 기쁨, 지적 쾌감,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익힘을 통한 기술의 획득이 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나아가 공부가 '다른 사람과 함께 향유할 수 있는 기예'로 발돋움하기를 주문합니다.

공부의 목적은 경험을 통해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것입니다. 공부를 통해 '성장의 기쁨'을 맛볼 때 우리는 공부의 희열을 느낍니다. 독서는 그런 기쁨의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책 읽는 습관은 개인의 '공부머리'의 획득이나, 독서의 기술을 '잘 다룸'으로써 성장의 기쁨을 맛보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나아가 독서를 통한 공부(工夫)가 함께 돕는 공부(共扶)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자기를 배려하며 멋진 삶을 추구하는 '좋은 삶'이 가능한 '좋은 사회'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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