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화섭의 '아니면 말고'입니다.
'아니면 말고'가 유튜브에 올라가는 콘텐츠다 보니 아무래도 방송 내용을 짤 때 유튜브를 많이 참고하게 됩니다. 유튜브는 한 마디로 제 영감의 젖줄이자 바다가 될 때가 많죠. 이번에도 넓고 넓은 유튜브의 바다를 헤매다가 발견한 어떤 흐름을 한 번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올해 초에 유튜브에 뜬금없이 옛날 아이돌 노래 하나가 등장합니다. 바로 2PM의 '우리집'이었죠. 2015년에 발표됐던 노래가 갑자기 인기를 끌게 된 이유는 뭔지 지금도 아리송합니다. 일단, 유튜브 알고리즘의 파도를 타고 와서 저에게 '우리집'의 무대 영상이 도착한 데에는 아마 많은 사람들의 긍정적 호응이 있었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저는 '우리집' 무대영상 아래 달린 댓글들을 살펴보면서 이 영상이 왜 5년이 지난 지금 다시 소환됐는지 확인해 보고자 합니다.
- 옆에 남친있는데 눈치봤다
- 과하게 정장 안입히고 그냥 슬랙스에 셔츠 입힌게 레알 신의 한수
- 우리집같은 무대 또 없나요 섹시해미쳐
- 움집으로 가자고 해도 따라간다
- 월요일:준케이집 / 화요일:찬성집 / 수요일:닉쿤집 / 목요일:우영집 / 금요일:준호집 / 토요일:택연집 일요일:너희가 우리집으로 와
- 오빠 지금 우리 부모님 다 주무셔 조금만 기다려..!
일단 보고 웃겼던 댓글 위주로 뽑아봤는데요, 전반적인 반응이 '2020년이 돼도 이정도로 섹시한 무대는 볼 수가 없었는데, 이게 왜 4년 전에 나와서 내 마음을 흔들어놨냐'는 겁니다. 2PM의 피지컬이야 그 업계에선 소문난 피지컬이죠. 그런데 20대 초반만 해도 옷을 찢는 퍼포먼스 위주로 근육을 보여주다가 셔츠에 슬랙스만 입힌 깔끔한 옷 착장에도 섹시함이 넘치는 이른바 '으른 섹시'가 폭발하는 무대에 많은 사람들이 탄성을 지르는, 그런 반응이 나타난 겁니다.
옛날 무대가 발굴돼서 재조명을 받는 2PM과는 달리 옛날 곡이 발굴되면서 왠지 조롱당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반응을 받는 사람도 있습니다. 바로 '비'입니다.
비가 2017년 발표한 '깡'이라는 노래가 갑자기 네티즌들 사이에서 회자되기 시작합니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으나, 여튼 이것도 유튜브 알고리즘의 영향이라고 해 두겠습니다. '깡'은 맨 처음 나왔을 때부터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가루가 되도록 까였습니다. 다른 전문적인 평가는 뒤로하고, 제가 본 '깡'은 '아, 이제 비도 아재가 됐구나' 였습니다. 정말 힙합과 알앤비를 어떻게 섞으면 이런 끔찍한 혼종이 나오는가는 둘째치고 가사에서 자신의 스웩을 과시하는 모습이 마치 웬 아저씨가 힙합 클럽와서 관광버스 춤추는 것과 뭐가 다른지 저는 모르겠거든요.
그런데 이 '깡'이 네티즌들에 의해 재발굴 될 때는 패러디의 방향으로 발굴이 되고 말았습니다. 한 여고생이 '1일1깡'이라면서 비의 '깡'의 커버댄스 영상을 올리더니 심지어는 여주시 공무원이 산불조심을 알리기 위해 '깡'을 커버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죠. 역시나 '깡'의 원본 영상과 KBS 뮤직뱅크 무대 영상 등에서는 댓글 파티가 벌어졌습니다. 여기서 가져 온 댓글도 몇 개 읽어보겠습니다.
- 지하철에서 이어폰 연결된줄 알고 모르고 동영상 재생했다가 도입부 부분 소리 크게나서 황급히 껐어요... 소리가 커서가 아니라... 그냥 너무 창피했어요.. 왜 숨어서 들어야하나.. 왜 당당히 1일1깡 한다고 말하지 못하는가...
- 노래앞뒤내용 안맞고 갑자기 딴얘기하는게 꼭 내 자소서같네
- 제발 그만좀떠라 한번클릭했다고 너무하다 잘못했다
- 짱구는 못말려도 비 깡은 말렸어야지.
이 때문에 2017년 가루가 되도록 까인 비는 2020년에 아예 가루가 용각산이 되도록 까이고야 말았습니다.
옛날 콘텐츠가 조명받는 현상은 유튜브에서는 흔하게 있는 일이긴 한데요, 2PM이 일종의 '재평가'를 받았다면 비는 소위 말하는 '밈', 그러니까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특정 요소나 컨텐츠로 평가받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네요.
이화섭의 아니면말고,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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