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인간사의 천태만상(千態萬象)이 녹아 있다.
인기 방송 드라마 '부부의 세계'서부터 세계를 '팬데믹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19까지…. 신화 속 신(神)들의 삶과 닮았다.
해당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으로 손색 없는 바람둥이 '제우스'. 그의 여성 편력을 쫓아다니며 보복하는 아내 '헤라'는 극 중 여배우를 연상시킨다.
코로나19는 얼굴이 두 개인 '야누스'와 비슷하다. 건강한 청장년층은 경증으로 지나치지만 고령자, 기저질환자는 치명적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조차 '두 얼굴을 가진 바이러스'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코로나'란 병명을 태양의 corona(왕관)에서 따왔다는 데, 태양신이자 의술의 신인 '아폴론'이 통곡할 노릇이다.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을 위해 제우스로부터 훔쳤다는 불이 '화'가 된 사례도 잇달았다. 특히 지난달 발생한 안동의 대형 산불은 도민 가슴을 아프게 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산불 만찬' 논란에선 '프로크루스테스' 침대가 엿보인다. 프로크루스테스는 침대의 길이에 맞춰 나그네의 키를 늘이거나, 잘라 죽인다. 미리 답을 정해 놓고 자기 생각에 맞추는 '편견'을 빗댈 때 자주 쓴다.
이 도지사는 이날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도지사 특별보좌관'으로 데리고 있던 젊은 당선인에게 허리를 90도로 굽혔다. 국비 협조를 구하며 '상전' 모시듯 떠받들었다. 국토교통부 차관을 지낸 한 당선인에겐 차질 없는 통합신공항 사업을 간청했다. 디오니소스(술의 신)가 함께 했더라면 '국비 확보', '통합신공항' 건배주가 고작 두세 잔에 끝나지 않았을 거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은 야당 도지사에게 '산불 술판 프레임'을 걸었다.
신화에서 영웅의 헌사 뒤에는 늘 형벌이 따라다닌다.
프로메테우스는 불을 절도한 죄로 끊임없이 재생되는 자신의 간을 독수리에게 쪼여 먹힌다. 이 도지사는 비록 억울한 지적일지라도 '도백의 헌사'로 삼고 '뚜벅이' 도정 행보를 이어 가야 한다.
성추행으로 낙마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저승의 신 '하데스'(보이지 않는 자)를 불러낸다. 숨어 지내며 '모습을 감추고 있는' 오 전 시장과 흡사하다. 그가 쓰고 다니는 '퀴네에'(보이지 않게 하는 투구)에선 "사람 잘못 봤다"며 얼굴을 가린 오 전 시장의 '선 캡'이 떠오른다.
미래통합당은 미노왕의 미궁(迷宮)이 재현된 듯하다.
막장 공천이 부른 총선 패배와 당 수습은 꼬일대로 꼬였다. 출구를 찾아 줄 아리아드네(크레타의 공주)의 실타래도, 이카루스의 밀랍 날개도 없다.
코로나 긴급생계지원금, 코로나 뉴딜 등 빚을 내 '선물 보따리'를 안기는 정부는 '판도라'(온갖 선물을 다 받은 여자)도 말릴 지경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판도라 상자'에 마지막 남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지난 총선에서 여당을 전폭적으로 밀어줬다. '바다 거품'에서 태어난 '아프로디테'(미의 여신)의 유혹처럼 '퍼주기'가 '거품 경제'일지라도….
정작 문제는 K방역(코로나19)에 성공한 이후인 K경제다. 나랏빚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만 가는 데다 나라마다 문을 꽁꽁 걸어 잠그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대한민국호는 난파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해답은 하나다.
정부의 탈원전과 소득주도성장 등 한국 경제의 걸림돌로 지적돼 온 여러 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또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과 반목은 모두 '레테의 강'(망각의 강)에 띄워 보내고 협치 속에서 올바른 항로를 찾아야 한다. 경제와 서민의 삶이 순항할 수 있다면 프로메테우스의 불이 아니라 제우스의 번개라도 훔쳐 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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