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천 번복'에 줄 바꾼 TK 지방의원들 '좌불안석'

군위의성청송영덕…선거 기간 실세 4명에 옮겨가며 '줄'
경주…선거 직전까지 공천 번복 혼란 야기, 탈당 일부 지방의원들 '노심초사'
포항남울릉…박명재 배제 후 선대위원장으로 김병욱 당선 도왔지만 '세대 교체론'
상주문경…박영문 불출마로 정리, 선거구 재공모서 임이자 공천

지난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경주시장 경선에서 배제된 최양식 경주시장 지지자들이 한국당 경북도당을 항의방문, 이날 예정됐던 공천관리위원회 회의가 무산됐다. 강석호(가운데 앉은 사람) 공관위원장이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한국당 경북도당 제공
지난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경주시장 경선에서 배제된 최양식 경주시장 지지자들이 한국당 경북도당을 항의방문, 이날 예정됐던 공천관리위원회 회의가 무산됐다. 강석호(가운데 앉은 사람) 공관위원장이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한국당 경북도당 제공
자유한국당 경북도당에서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경주시장 예비후보들(왼쪽)이 공천관리위원들 앞에서 면접을 보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자유한국당 경북도당에서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경주시장 예비후보들(왼쪽)이 공천관리위원들 앞에서 면접을 보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자유한국당 경북도당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강석호)가 3선 도전 기초단체장에 대한 공천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해당 시장
자유한국당 경북도당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강석호)가 3선 도전 기초단체장에 대한 공천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해당 시장'군수들이 긴장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경북도당 공관위가 진행한 공천신청자 면접 모습. 한국당 제공

지난 4·15 총선에서 경북 일부 지역구는 선거구 획정이 뒤늦게 완료됐다. 일부 원외 인사들은 당협위원장을 맡았으나 공천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미래통합당 지역 조직을 책임지는 광역·기초의원들은 지지하는 인사들을 찾기 위해 혼선을 겪어야만 했다. 지방선거를 2년여 앞두고 일관되지 못했던 지방의원들의 자세가 공천에도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김희국 당선인
김희국 당선인

◆군위의성청송영덕

김재원 의원 지역구지만 박영문 전 지역위원장의 세가 강한 청송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수식어를 남겼다.

김 의원과 윤경희 군수의 깊은 인연 때문에 지방의원들은 김 의원 쪽에 줄을 많이 섰으나 지난 지방선거에서 박 전 위원장이 영향력을 발휘하며 윤 군수 측이 박 위원장 편으로 쏠렸다. 이 와중에 임이자 당선인(상주문경)이 이 지역구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임 당선인의 공천이 결정되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임 당선인 라인 외의 정치인들은 '초상집'이 됐고, 임 당선인 쪽은 축배를 들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구 조정으로 임 당선인은 떠났고, 의성 출신의 김희국 당선인과 청송출신 천영식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까지 합세해 '줄 서기 구도'는 더욱 복잡하게 진행됐다. 결국 청송지역 주류 정계는 총선 기간 김재원 의원→박영문 전 위원장→강석호 의원→ 김희국 당선인 등의 줄을 옮겨 타며 정치적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의성군의 경우 김희국 당선인의 공천 확정 전 김동준 군의회 부의장이 자신을 제외한 통합당 소속 전체 군의원 10명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김 당선인을 지지하자고 요청했으나 김수문 도의원과 의성군의회에서는 김영수 의장과 김동준 부의장, 황무용 총무위원장, 변영송·박화자(비례대표) 군의원 등 5명만 지지 서명을 했고, 나머지 6명은 지지하지 않았다.

총선 후 김 당선인은 "2년 후 지방선거에서 공정하게 공천권을 행사하겠다"고 말하고 있으나, 지역 정가에서는 지지 서명을 하지 않거나 눈치를 보던 지방 의원들은 공천 경쟁에서 절대 유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덕의 지방 의원들은 '주군'인 강석호 의원의 움직임에만 주목했다. 하지만 강 의원이 경선 배제되고 김희국 당선인이 통합당 후보 경선자로 확정되자 곧바로 의성으로 달려가 지지를 표했다. 김 당선인을 도우라는 강 의원의 뜻을 밝히기도 하루 전의 일이었다.

지역 정가에서는 "영덕에 빚진 게 없는 김 당선인이 결국 자신의 의중이 반영된 새로운 구도를 구상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반기 군의회 의장 선거가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군위군은 선거구 변경 전에는 통합당 박영문 전 당협위원장과 김재원·임이자 국회의원이 경합을 벌이고 있었다.

모두 7명의 군위군의원 중 통합당 소속 군의원 5명과 박창석 도의원은 지난 2월 박영문 전 당협위원장에 대해 지지 선언을 했다. 지역구 변경 후 김희국·천영식 예비후보가 공천 경쟁을 벌였고, 군위군의원 7명 전원과 박창석 도의원은 김희국 당선인을 지지했다.

미래통합당 김석기(왼쪽) 당선인이 부인과 함께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김석기 당선인 선거사무소 제공
미래통합당 김석기(왼쪽) 당선인이 부인과 함께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김석기 당선인 선거사무소 제공

◆경주

경주에선 선거 직전까지 당의 공천 번복 현상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경선 과정에서 다른 후보를 돕다가 후보 확정 이후 뒤늦게 합류하거나, 김석기 당선인의 경쟁 후보를 돕기 위해 일찌감치 탈당한 일부 지방의원은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다.

김 당선인 컷오프 발표 직후 일부 지방의원은 김원길 후보 쪽으로 이탈했다. 김동해 경주시의회 부의장, 주석호 시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박차양 도의원 등은 또 다른 경선 후보였던 박병훈 전 도의원 지지를 선언했다.

공천 번복 전 박병훈 전 도의원이 경선에서 승리하자 박차양 도의원 외에도, 박승직 도의원과 윤병길 경주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12명의 현직 지방의원이 지지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박 전 도의원의 공천이 취소되고 김석기 당선인과 김원길 후보 간 경선이 결정되자 타 후보를 지지했던 지방의원들은 대혼란에 빠졌다. 지역 정치권에선 우스갯소리로 '김석기 당선인이 경선에서 승리하면 죽고, 김 당선인이 탈락하면 산다'는 의미의 '석사즉생, 석생즉사'라는 말이 나돌았다.

이후 김석기 당선인 공천이 확정되자 박차양 도의원과 김동해 시의회 부의장은 탈당 후 무소속 정종복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나머지 지방의원은 김 당선인 쪽으로 다시 모여 선거운동을 도왔다. 특히 이리저리 거취를 옮겼던 주석호 시의원 등은 더 열심히 김 당선인을 도왔다는 후문이다.

주낙영 경주시장도 김 당선인 컷오프 당시 지신의 측근을 통해 몇몇 후보 쪽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소 난감한 상황에 빠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석기 당선인은 "과거는 과거일 뿐,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선거는 김 당선인으로 하여금 피아 구분을 더욱 명확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김병욱 당선인사
김병욱 당선인사

◆포항남울릉

현역 박명재 국회의원은 경선이 배제될 경우 무소속 출마를 막판까지 저울질했다. 이 때문에 지방의원들은 지지율 선두인 박 의원의 거취만을 주목했다. 통합당 예비후보만 5명이었고, 막판 강석호 의원 이름까지 오르내리자 지방의원들이 쉽게 움직일 형편도 아니었다.

김병욱·문충운 양자경선에서 김병욱 당선인이 통합당 후보로 확정되자 박명재 의원이 선대위원장을 맡아 김 당선인에 힘을 보탰다. 지역 기반이 전무한 김 당선인도 "아버지로 모시고 정권을 가져오면 총리로 만들겠다"고 화답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김 당선인이 향후 지방선거에서 박 의원이나 지방의원들로부터 4·15 총선에 대한 '정산'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하지만 김 당선인이 국회의원으로서의 위상을 찾기 위해서는 자신과 마음을 맞춰 함께 움직일 지방의원이 필수다. 재선 가도에서 지방의원 공천권은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인 탓이다.

결국 현 지방의원들이나 지방의원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다음 지방선거에서는 '아버지' 박명재와 '아들' 김병욱 사이에서 한 명에게 줄을 서야 하는 고민을 강요받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 당선인이 당선 일성으로 '세대교체 젊은 보수로서 새로운 비전을 창출'을 밝힌 만큼 지방의원들의 일정 교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신구세대 간 잡음도 우려된다.

임이자 당선자
임이자 당선자

◆상주문경

임이자 당선인이 단수공천을 받기 전 지방의원 80%가량이 박영문 전 당협위원장을 공개 지지했다.

이후 박 전 위원장이 경선에서 배제되고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검토했으나 결국 불출마로 정리하자, 줄을 서야 할 대상은 임 당선인밖에 없었다.

상주를 지역구로 둔 김재원 의원은 일찌감치 컷오프됐고, 문경의 최교일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였다. 또 공천 발표 뒤 하루 만에 새롭게 형성된 문경상주 선거구 재공모에서 경선 없이 '임이자 공천'이 그대로 확정됐기 때문에 경쟁자가 나타날 여지가 없었다.

따라서 공천 이후에는 통합당 지방의원 100%가 단일대오를 형성, 임 당선인에게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임 당선인은 선거전 상주 무소속 시의원 3명 전원을 통합당에 입당시켰고, 전체 시의원 17명 중 민주당 4명을 제외한 13명이 임 당선인 지지를 선언했다. 문경 역시 전체 시의원 9명 전원이 임 당선인 당선을 위해 적극 도왔다.

도의원도 마찬가지다. 상주, 문경 2명씩 4명의 도의원 모두 임 당선인 선거유세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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