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코로나19’ 말만 들어도 오줌 쌀 것 같다.

역설적으로 말하고 싶었다. 마스크를 벗어도 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빅아이디어연구소
역설적으로 말하고 싶었다. 마스크를 벗어도 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빅아이디어연구소

단어만 들어도 오줌을 지릴 것 같다. '코로나19'가 바로 그 단어이다. 자영업자들에게, 사업가들에게, 소상공인들에게 이 단어는 죽음만큼 무서웠다. 실제로 코로나는 우리를 죽음 문턱까지 데려갔다. 돈이 돌지 않으니 직장과 가정은 무너져갔다. 음식점은 문을 닫았고 학교는 개강조차 못 했다. 실제로 3월 28일, 황금네거리에서 한 50대 남성이 분신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코로나로 인한 생활고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황금연휴가 찾아왔다. 석가탄신일부터 근로자의 날까지 4일간의 연휴를 선물 받았다. 연휴의 토요일 밤, 나는 지인과 동성로의 한 골목에서 술자리를 가졌다. 의도치 않았지만, 하필 그곳이 클럽 골목에 있었다. 의도한 것 같지만 진심으로 우연이었다. 우리가 갔던 술집 포함 클럽 골목은 더 이상 코로나의 흔적을 볼 수 없었다. 마스크를 하지 않은 사람도 다수였다. 대구의 20대는 모두 클럽 골목으로 집합한 듯했다. 서연이도 있는 것 같고 재윤이도 있는 것 같았다. 그곳에 끼어 있었던 마흔인 나는 혹시 20대들의 심기를 해칠까 맨 구석 자리에 가서 조용히 술을 들이켰다.

지난주에 의뢰받은 광고 생각이 났다. 대구시청 청년정책과의 '생활 방역' 광고가 바로 그것이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너머 이제는 생활 자체가 방역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리고자 했다. 매스컴에서는 연일 마스크를 강조하기 바쁘다. 그래서 우리는 오히려 '마스크를 벗어도 좋다'라는 메시지를 만들었다. '마스크 안 쓰면 바로 왕따로 직행하는데 마스크를 벗으라니?' 메시지는 때로 역설적으로 표현했었을 때 더 강력하게 기억된다.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강한 인물이 누구일까?' 우리 팀은 고민했다. 그 결과 찾은 사람이 이순신 장군이였다. 그에게 마스크를 씌워주고 오히려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 역설적인 이미지를 만들었다. 서브카피가 그 의외성을 해결해주면 되니까.

'마스크를 벗어도 좋습니다. 이순신 장군보다 강하다면'

이렇게 카피에서 의외성을 해결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마스크에 대한 인식 재정립이 필요했다. 아직도 마스크는 부수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그 인식을 바꿔야 한다. 그래서 '이제 마스크가 옷입니다'라는 카피를 썼다. 우리에게 더 이상 마스크는 마스크가 아니다. 마스크는 이제 옷이다. 외출할 때 옷을 입는 것처럼 마스크를 입어야 한다는 것을 어필했다.

이제 마스크는 마스크가 아니다. 빅아이디어연구소
이제 마스크는 마스크가 아니다. 빅아이디어연구소

술자리 후 지인들과 클럽 골목을 조심스레 빠져나왔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놀다가 코로나가 다시 오면 어떡하지?' 직원들 앞에서 "이번 달은 일감이 없어서 월급을 못 주겠다"라는 말은 생각하기도 싫다. 그것은 영화 엑소시스트에서 귀신들린 딸이 계단을 거꾸로 내려오는 것 이상의 두려움이다. 그냥 내려오기도 가끔 미끄러지는 계단을 요가 자세처럼 내려오니 말이다. 이렇게 놀다가 코로나가 다시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그대로 광고에 옮기고 싶었다.

딸린 식구가 많은 나 같은 사람에게 코로나는 생각하기도 싫은 대상이다. 하지만 공익을 위해서 필요한 메시지다. 모호한 말보다 언제 돌아오겠다는 구체성이 더 무서울 듯했다. 그래서 쓴 카피가 '방심할 때 돌아올게'이다.

그러니 제발 방심하지 말자. 우리 회사에서 만든 광고처럼 방심할 때 코로나는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 다시는 우리가 코로나 관련한 광고를 만드는 일이 없길 희망한다.

우리 회사가 만들었지만 참 꼴 보기 싫은 광고다. 빅아이디어연구소
우리 회사가 만들었지만 참 꼴 보기 싫은 광고다. 빅아이디어연구소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

'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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