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쩍번쩍 빛나는 금관악기로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팡파레'는 왕이나 귀족이 등장할 때 주로 사용된 음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를 완전히 전복시킨 한 음악가가 있다.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은 그야말로 보통의 사람들을 위해 지어진 아론 코플란드(Aaron Copland, 1900~1990)의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레'(Fanfare for the Commom Man)다.
5월은 아론 코플란드의 이 팡파레가 생각나는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으로 가득 채워진 가정의 달에는 뛰어난 위인보다 내 주변에서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위대함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와 사랑, 존경을 표하는 소중한 기회도 주어진다. 아론 코플란드의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레'가 미국 현대음악계의 한 획을 그은 것처럼, 보통 사람을 향한 특별한 마음은 보통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아론 코플란드는 미국의 민속 음악과 재즈 음악을 혼합하여 새로운 아메리카 스타일의 음악을 탄생시킨 위대한 작곡가다. 그는 뉴욕의 보수적인 분위기에 지루함을 느끼고, 당시 서양음악이 급부상하고 있었던 프랑스 파리로 유학길을 오르게 된다. 2차 세계대전 중 지휘자 유진 굿센이 1942년 미국의 신시내티 교항악단 연주회에서 전쟁에 참여한 장병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올릴 곡을 아론 코플란드에 의뢰하면서 이 곡이 완성됐다. 곡의 내용처럼 초기 노래의 제목은 '병사들을 위한 음악'이었는데, 후에 당시 부통령의 제안으로 'Common man', 즉 평범한 이들을 위한, 서민들을 위한, 이름 없이 살다간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레로 불리게 됐다.
2차 대전 직후 미국의 축구 경기장에 마련된 특별 무대에서 이 곡이 연주 되었을 때 수많은 시민들은 브라스 팡파레의 장엄함에 열광했다. 20세기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팡파레가 선사되는 순간이었다.
보통 사람을 위해 쓰여져 더욱 특별해진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레'. 그러고 보니 보통 사람(common man)이라는 단어가 참 익숙한 듯 하면서도 생소하다. 늘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어 했고, 특별한 무언가를 바삐 쫓느라 '보통'이라는 단어에 무관심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일까. 역사 속에 이름 한 자 남기지 못하고 평범하게 삶을 살다 사라졌던 보통의 사람들, 이들이야 말로 지금까지의 역사를 손과 발로 일궈 온 위대한 힘이 아닐까.
그렇게 역사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평범함을 이루는 보통 사람 개개인의 삶은 우주에서 유일무이하고, 또 고유의 특별함을 지니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에게 우리가 모르고 지나는 보통이라는 단어의 힘, 얼마나 위대한지 전하고 싶다. 그리고 평범한 삶을 아주 잘 살아가고 있는 보통의 나, 그리고 내 곁의 소중한 '보통 사람'들께 마음을 담아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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