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교칼럼]자기만의 색(色)을 찾아보자

유재경 영남신학대학교 기독교 영성과 교수

색은 힘이 있다. 빨간색은 정열과 기억력을, 파란색은 희망과 상상력을 자극하지 않는가. 색은 우리에게 특별한 감정과 표현을 불러일으킨다. 색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동안에도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각 정당들도 색상에 따라 그들의 정체성을 드러내곤 한다. 희망과 치유는 녹색, 진보는 빨강, 신뢰와 보수는 파란색. 하지만 프랑스 혁명 때는 파란색이 새로운 가치인 진보, 꿈, 그리고 자유를 상징했다. 그런가 하면 5월은 젊음과 상상력, 꿈의 색이 아름다운 경연을 펼치는 계절이다.

하이멘달(Heimendahl)이 언급한 '파랑'이 떠오른다. "하늘과 바다의 색으로서 파랑은, 이미 자신의 본질적 특성이 끝없이 먼 곳과 심연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파랑에는 무지개 소년이 꿈을 찾아 떠난 것같이 먼 곳에 대한 동경이 담겨 있다. 서양의 소설과 동화에서 푸른 꽃은 '경이로움에 대한 동경'을 상징한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중세 교회의 스테인드글라스에서 파랑은 '신성한 천상'의 세계를 묘사할 때 사용되었다. 파랑은 천상의 색이었고, 짙은 파랑의 사파이어를 명상하는 것은 천상을 명상하는 것이었다. 사파이어는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 무한한 하나님의 세계로 진입하는 색이었다.

'파랑'이 들어가는 낱말들은 대부분 밝고 희망적이다. 주식 시장에서 우량주는 블루칩(blue chip)이라 부른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코로나19 의료진을 응원하는 의미에서 블루라이트 캠페인까지 일어났다. 블루오션(blue ocean)과 레드오션(red ocean)이란 말에서 보여주듯 블루는 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색이 되었다. 레드오션이 이미 존재하는 모든 산업이라면 블루오션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 미래 산업이다. 블루는 미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무한한 상상력을 품고 있다. 젊음을 상징하는 블루진(blue jeans) 역시 '제네바 상인의 파랑'(Blue de Gênes)이라는 말에서 왔다.

조지 베일런트(George Vailliant)는 『행복의 조건』에서 청소년 시기에 어떤 인생을 살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했다. 그는 '불행한 유년기를 보낸 사람은 정신질환을 앓을 가능성이 높고, 놀이를 통해 인생을 즐기지 못하고, 자신은 물론이고 세상을 신뢰하지 못하고, 쉽게 친구도 사귀지 못한다'고 했다. 우리는 어떤 젊은 시절을 보냈고, 우리 아이들에게는 어떤 시간을 만들어 줄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상의 기준에 자신은 물론이고, 가정과 아이들까지 맞추려 한다. 그래서 아이들의 성격과 외모, 학력과 직업, 꿈까지 세상의 기준에 꼭 들어맞아야 직성이 풀린다.

그러나 이 세상 어디에도 성공을 보장하는 절대기준은 없다. 이 땅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완벽한 환경도, 완벽하게 준비된 인간도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것은 '가능성'이고, 이 땅에 존재하는 것은 희망과 꿈과 젊음의 정열뿐이다. 조셉 콘래드(Joseph Conrad)는 『승리』에서 "젊은 시절에 희망을 품고 사랑을 하고, 그리고 삶을 신뢰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던 마음을 가진 남자에게는 재앙이 있는 법이라네"라고 했다. 구약성경에서 요엘은 '하나님은 꿈을 꾸게 하고 이상을 보게 한다'고 했다.(요엘2:28) 아름다운 오월, 우리 어린이들이 희망을 노래하며 마음껏 꿈을 꾸는 푸른 계절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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