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립습니다] 나의 느티나무 '어머니'

어머니... 4남매 중 막둥이인 나에겐 항상 큰 느티나무 같은 분이다. 30대 중반 늦은 나이에 막둥이를 낳고 기르시느라 평생 일을 하며 고생하셨지만 힘든 내색하나 없으셨던 것이 '우리 어머니'다. 그 그늘 아래 나는 이렇게 중년이 되었다.

우리 어머니는 평소 우직한 성격에 무슨 일이든 '잘하고 있다'. '알아서 잘할거야'라고 하시며 묵묵히 응원해주신 따뜻한 분으로 어린시절 큰 꾸지람 한 번하지 않으셨다. 지나고 보니 막둥이라 더 혼내지 않으셨는지도 모르겠다.

어머니는 우직한 성격만큼이나 한번 맺은 인연을 오랫동안 이어가시는 분이셨다. 젊은 시절 10여 년동안 금복주에서 근무를 하셨는데, 이때 함께 근무한 동료들과 70대 중반까지 모임을 이어오기도 하셨다. 아마 방직공장 등 평생 갖가지 일을 해 오신 어머니께서는 동료분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게 기다려지고 행복한 일상이었을 거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7년 전부터 어머니의 건강이 안좋아지셨고 신장투석을 시작하셨다. 5~6년 전쯤부터는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오신데다 치매까지 걸리면서 동료들과의 모임에 더이상 참석하지 못하시게됐다. 어머니의 소확행(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이 사라진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일만하시느라 제대로된 여행도 가지 못한 어머니는 9년전 돌아가신 아버지 칠순 잔치때 제주도를 다녀오셨다. 그때 참 좋아하시며 웃으시던게 아직도 생생하다. 더 자주 여행을 보내드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손녀들도 "돌아가시기 전에 할머니와 함께 여행을 다녔으면 좋아겠다", "더 많은 추억을 만들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아쉬워한다.

우리 어머니는 오랜시간 우려낸 진한 국물의 곰탕과 갈비탕도 참 좋아하셨다. 진한 국물이 어머니의 우직한 성격과 닮아 있어 추운 겨울날 따뜻한 곰탕 국물을 먹을 때면 따스했던 어머니 생각이 더 많이 날 것 같다. 좋은 곳에 가셔서 좋은 것만 보고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아들 손정원( 큰사랑병원), 손녀 손지희, 손현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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