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어느정도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정부도 그 동안 강력하게 펼쳐온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소 완화해 '생활 속 거리두기'(생활방역)으로 전환하였다.
지난 2월 18일 대구의 신천지교회에서 발생한 코로나19의 폭발적인 집단감염은 이 신종 바이러스의 높은 전염력과 치명율 때문에 온 국민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수많은 나라에서 우리 국민들이 입국을 거부 당하는 모습을 보고 그 동안 어렵게 쌓아 올린 대한민국의 국격이 하루 아침에 붕괴되고 나라가 침몰하는 듯한 두려움에 떨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반전되고 있다.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과 지자체의 신속한 대응,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에 대한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에 코로나19의 확산을 성공적으로 차단할 수 있었고 드디어 국내 발생을 제로 수준까지 끌어내릴 수 있었다. 특히 소위 선진국인 유럽의 여러 나라와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고 코로나19의 확산을 막지 못해서 쩔쩔매고 있는 모습을 볼 때 우리나라에서 일구어낸 성공적인 방역 성과가 더욱 돋보인다고 하겠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대응을 칭찬하는 목소리가 많이 들리고 있다. 많은 나라가 우리나라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고 하고, 진단검사 키트나 마스크를 지원해 달라는 요청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K-방역'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로 우리나라가 코로나19 대응의 모범 국가로 인정받고 있으며, K-방역은 대한민국 국격을 높이는 또 하나의 소재가 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나라의 방역 성공은 곧 대구의 방역 성공이라는 점이다. 한국이 코로나19의 방역 모범국가로 인정받는 것은 바로 대구에서 방역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대구에서 7천명에 육박하는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해도, 일부 신천지 교인에 의한 외부 전파를 제외하고, 대구사람으로 인한 타 지역 집단감염 사례가 한 건도 없었다는 것은 대구시민들이 타 지역으로의 전파를 막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또한 타 지방에서는 일부 종교시설에서 집단감염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대구에서는 신천지교회를 제외한 종교시설에서 집단감염 사례가 지금까지 보고된 적이 없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주민 통제를 위해 강제적인 방법을 쓰거나 심지어 군대를 동원해서 주민을 감시하기도 했지만, 대구에서는 그러한 강제적인 주민 통제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대구시민 전체가 혼연일체가 되었다. 스스로 외부활동을 삼가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함으로써 성공적인 방역성과를 일구어낸 것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하겠다.
그럼에도 일부 몰지각한 정치꾼들이 내뱉는 대구시민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에 마음이 상하고, 타 지역에서 보여주는 대구사람에 대한 혐오와 차별에 서운함이 없지 않지만, 그들을 원망하거나 맞대응을 하지 않는 대구사람들의 의연한 모습에서 성숙한 시민의식이 느껴진다.
예로부터 대구경북 사람들의 기질을 흔히 태산준령(泰山峻嶺), 해중거암(海中巨巖)이라 일컫고 있다. 이처럼 표현하는 것은 이 지역 사람들에게 작은 것에 흔들리지 않고 굳센 의지로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거침없이 밀고 나가는 특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재갑 경북대치과병원 구강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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