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학년도 대입 전형이 발표됐다. 수능 위주의 정시 인원 확대가 가장 큰 특징이다. 전국적으로 보면 정시 비율은 24.3%로, 2021학년도에 비해 불과 1.3%포인트 정도 증가한 듯 보인다. 하지만 정시 확대 권고를 받은 서울 소재 16개 대학의 정시 비율은 37.6%로 대폭 상승했다. 16개 대학 중 9개 대학은 정시 비율을 40% 이상으로 정했다. 수시모집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해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까지 감안한다면 실제 정시 비율은 40%를 훨씬 웃돌 전망이다.
전반적인 입시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하다. 특히 상위권 대학을 목표로 준비 중인 고등학교 2학년생들은 정시 준비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게 됐다. 현재 코로나19로 등교 개학이 계속 늦춰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정시 준비의 일반적인 방법은 선행학습과 반복학습이다. 수능에서 재수생들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데, 현재로선 이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것이 사교육이다. 정시 확대가 공교육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게다가 현재 고등학교들은 수시모집에 대비한 교육과정을 위주로 운영한다. 내신 필기시험부터 수행평가, 교내 활동까지 학생부종합전형 및 학생부교과전형에 맞춰 진행된다. 내신 성적은 한번 실수로 등급이 내려가면 좀처럼 만회하기 힘들다. 과목마다 쏟아지는 수행평가를 쳐내기도 버겁고, 교내 대회 수상 실적까지 쌓으려면 긴장을 늦출 수 없다. 2020학년도 기준으로 전체 대입 정원의 77.3%를 수시로 뽑았으니 아무리 힘들어도 수시를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다. 그것도 갑자기 바뀐 것이다. 정시 비중이 크게 늘었으니 번거로운 수시 준비에 매달리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게 됐다.
문제는 학교다. 종전에도 내놓고 "저는 정시 준비할 거예요"라며 내신 성적을 팽개쳤던 학생들이 있었는데, 이젠 그런 학생이 훨씬 늘어날 상황이 됐다. 3학년 1학기 성적까지만 내신에 들어가다 보니 1학기가 끝난 3학년 교실은 예전 '교실 붕괴'를 방불케 할 만큼 엉망인 경우도 많다. 이젠 그런 상황이 1학년 때부터 벌어질 수도 있다.
대입은 정시 위주로 넘어가는데 고등학교는 여전히 수시 중심이라면 학생들이 어떻게 대처할지 안 봐도 뻔하다. 학교 생활을 포기하거나 아예 학교를 포기하는 것이다. 고등학생들이 자퇴한 뒤 검정고시를 치고, 수능을 준비하는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다. 서울대가 발표한 2020학년도 정시 합격자 통계(최초 합격 기준)를 보면 검정고시 출신 비율이 1년 만에 1.4%에서 3.5%로 크게 늘었다. 최근 몇 년간 고졸 검정고시 응시자 중 10대 비율은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2015년 10대 응시자 비율이 50%를 넘겼고, 지난해는 전체 응시자(4만3천816명) 중 68%(2만9천659명)가 10대였다.
어떤 정책보다 교육 정책은 일관성이 중요하다. 심지어 초등학교 때부터 대입을 염두에 두고 준비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불과 1, 2년을 남겨두고 대입 제도를 바꾸는 것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 대입의 공정성 확보는 무엇보다 우선시해야 하지만 급작스러운 변화가 가져올 파장을 감안하지 않은 정책 변화는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킨다. 학생부종합전형의 문제점은 수차례 지적했지만 학생 선발권을 둘러싼 힘겨루기 속에 지금껏 땜질식 수정만 이뤄져 왔다. 정부의 요구에 못 이겨 대학들이 정시 확대를 발표했지만 그로 인해 벌어질 입시 지도의 혼란은 오롯이 고등학교 몫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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