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대산책] 북한발 가짜뉴스

김영환 준비하는 미래 대표

사망설에 휩싸였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일 만에 공개활동을 재개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김 위원장이 노동절이었던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연합뉴스
사망설에 휩싸였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일 만에 공개활동을 재개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김 위원장이 노동절이었던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연합뉴스
김영환 준비하는 미래 대표
김영환 준비하는 미래 대표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과는 달리 미디어 노출이 매우 잦다. 그래서 이번에 김정은이 20일 동안이나 미디어에 나타나지 않은 것을 두고 말이 많았다. 특히 할아버지 김일성의 생일인 태양절 행사에 나타나지 않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태양절은 북한 최고의 명절이고 김일성은 북한 정권과 체제의 모든 정통성의 기원이다. 그런데도 태양절 행사에 나오지 않은 것은 뭔가 매우 중대한 사정이 있다는 짐작을 불러일으켰다. 태영호 국회의원 당선인이 '북한 사회의 전통과 관습으로 볼 때 태양절 행사는 좀 아프다고 불참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심각한 사정이 있기 전에는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것'이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것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1, 2주 동안 각종 '김정은 유고설'이 난무했다. 간단한 스텐트 시술을 하고 회복 중이라는 설, 중태에 빠졌다는 설, 식물인간 상태라는 설, 사망했다는 설까지 각종 설이 난무했다. CNN이 김정은이 중태라는 뉴스를 내보냄으로써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한국 언론과 달리 CNN이 이런 보도를 내보내는 일은 이례적이기 때문에 '뭔가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의혹이 더욱 증폭되었다. 몇몇 일본 언론까지 여기에 가세하였다. 결과적으로 김정은이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나면서 이런 온갖 설들을 일거에 잠재워 버렸다.

북한과 관련된 일을 하다 보면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가끔 북한의 테러나 납치, 역공작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북한의 스파이가 어디엔가 있다는 것을 늘 신경 써야 한다. 가장 일상적으로 만나는 어려움은 북한발 정보 확인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많은 언론과 정보기관이 다양한 방법으로 북한 내부에 정보원을 두고 북한발 정보를 매일 생산해 낸다. 그러나 북한발 정보는 그 정확성이 의심되는 경우가 많고 검증이 어려운 경우도 많아 언론뿐 아니라 정보기관들도 골머리를 앓는다고 한다.

북한 내부의 정보를 얻는 방식은 대체로 다음 세 가지다. 첫째 탈북자들이 북한에 거주하는 가족, 친척, 친구들과의 연락을 통해 정보를 얻는 방식이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식이다. 둘째 중국 등에서 접촉하는 북한 사람들과 일시적 정보 거래를 지속하다가 어느 정도 신뢰가 축적되면 정기적인 정보 거래를 지속적으로 하는 방식이다. 셋째 탈북자 신문, 탈북자 인터뷰 등을 통해 정보를 입수하는 방식이다.

북한의 가족이나 친구가 혹은 정기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가짜 정보를 생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들이 가짜 정보를 만들 이유가 없다. 가족이나 친구는 말할 것도 없고 일반 정보원의 경우에도 일부러 가짜 정보를 만들어서 밥줄 끊어지게 만들 이유가 없는 것이다. 가짜 정보는 이들에게 정보를 전해 주는 제3자가 만드는 경우가 많다. 특별한 악의 없이 그냥 과장되게 이야기를 하다가 과장이 좀 심해진 경우도 있고 이야기가 두세 단계 건너가다 보니 정보가 왜곡되고 심하게 과장되는 경우도 있고 자신의 상상이 많이 가미된 이야기를 사실인 양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가짜 정보를 만드는 주체가 북한 당국인 경우도 있다. 첫째 가짜 뉴스를 퍼뜨려 외부 세계 특히 한국 사회와 한국 정부의 반응을 떠보기 위해 공작을 할 수 있다. 특히 김정일의 경우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외부 세계에서 허둥지둥 하는 모습을 보고 이를 즐기곤 했다는 소문도 있다.

둘째 외부 세계와 연계된 북한 내부의 정보망을 파악하기 위해 이런 공작을 할 수 있다. 각기 다른 몇 가지 버전의 가짜 뉴스를 만들어서 의심이 가는 몇 개의 라인으로 각각 다른 정보를 슬쩍 흘려서 외부 세계에서 어떤 뉴스가 나오는가를 확인한 다음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여 정보망을 도려낼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이번 김정은 유고설의 경우에도 몇 가지 버전의 정보가 유통되는 것으로 볼 때 이런 케이스가 아닌가 하는 의심도 간다. 다만 북한 사회의 특성상 김정은의 안위와 관련된 정보 공작을 아무나 쉽게 시도하기는 어렵다. 만약 이런 공작이 사실이라면 김정은의 직접 지시가 없이는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래저래 다양한 북한발 가짜 뉴스와 늘 마주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고 보면 이런 뉴스를 취급하는 사람들도 보다 정확한 뉴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국민들도 이들의 이런 어려움을 감안해서 조금은 관대한 마음으로 대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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