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8일 첫 확진자 발생, 19일 20명, 20일 65명, 21일 152명… 급기야 29일에는 1천24명으로 폭증했습니다. 밀접접촉한 자가격리자만 22일 1천68명에 달했고요. 다음 날은 2천4명까지 늘어나더군요. 남구청 공무원 모두 해도 600여 명인데…"
코로나19라는 거센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대구 남구. 사태가 진정 기미를 보이며 생활방역으로 돌아서자 침착하게 그때를 복기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올 때 남구청 공무원들에게 기존 업무는 의미가 없었다. 전원이 코로나19 확산 수습에 나서야 했다. 난생 처음 겪는 일이었다. 어느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었으니 꼭 들어맞는 매뉴얼도 없었다. 그러나 그들이 이렇게 버텨낸 모든 활동이 지금 코로나19 방역의 표준이 됐다.
2월 당시 매뉴얼은 자가격리자 1명당 공무원 1명이 관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수천 명의 자가격리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매뉴얼은 사문화된 법이나 마찬가지였다. 남구청은 '공무원 1명당 자가격리자 최대 10명'으로 매뉴얼을 임시 수정·보완했다. 매뉴얼뿐 아니라 법률 적용도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열외로 분류됐다.
온갖 지병이 있는 70대 자가격리자를 위해 대리처방을 받아야 했지만 그때까지 대리처방은 불법이었다. 모든 병원은 처방자 본인이냐고 따졌다. 결국 자가격리자와 병원 사이의 교차 확인 후 처방이 이뤄졌다. 정부는 이 사례를 바탕으로 한시적으로 특정 조건이 충족될 경우에 한해 '대리처방'을 허용하기로 했다.
2월 24일 대구 남구는 확진자와 자가격리자를 합해 모두 2천542명이 됐다. 보건복지부는 보건소 앞 주차장에 군용 음압텐트를 설치해 코로나19 의심 환자를 검사하라고 했다. 그런데 남구보건소 바깥에는 1천 명에 가까운 주민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었다. 코로나19 환자가 섞여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손정학 남구보건소 보건행정과장은 이들을 밀폐된 군용텐트 안으로 들어가게 하면 또 다른 집단감염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됐다. 보건복지부에 현장 상황을 전했다. 이후 질병관리본부도 군용텐트가 아닌 드라이브 스루·워킹 스루 형식을 권고하는 방식으로 매뉴얼을 바꿨다. 세계가 감탄한 K-방역의 시작은 현장에 있었다.
"우리가 겪은 일들을 바탕으로 매뉴얼이 계속 수정되고, 보완됐습니다. 세계가 칭찬하고 있고요. 아픈 상처는 아물어 무뎌지고 결국 새 살이 돋아 더 강해집니다. 저희는 이번 일을 추운 겨울날의 생채기로 기억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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