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당시 장하성 대통령 정책실장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부동산 정책을 설명하던 중 "모든 국민들이 강남 가서 살려고 하는 건 아니다. 살아야 될 이유도 없고…"라고 했다. 이어 "나도 거기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는 거다"라고 덧붙였다. 대중의 공분을 산 '강남 발언'이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모든 사람이 부자일 필요 없다. 내가 부자라 하는 말씀'이라는 뜻"이라고 비꼬았다. 인터넷엔 "내가 꿈을 이루어 보니 모든 국민이 꿈을 이룰 필요는 없다"는 조롱 글이 쏟아졌다.
집값 폭등으로 민심이 들끓는 상황에서 기름을 확 끼얹은 장 실장 발언은 공감 능력 부족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자신은 시가 20억원이 넘는 강남 아파트에 살면서 다른 이들에겐 "강남 살 필요 없다"는 식으로 말한 것은 매우 부적절했다. 강남에 살고 싶어도 살지 못하는 사람들의 비애·아픔을 헤아리지 못한 데서 튀어나온 발언이다.
미국 심리학자 애덤 갈린스키는 '알파벳 E 실험'을 통해 사람은 권력을 가질수록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고(高)권력자 그룹은 알파벳 E를 자기 편한 대로 쓰고, 저(低)권력자 그룹은 상대방이 보기 편한 방향으로 쓴다는 것이다. 권력을 손에 쥔 사람은 자기중심적으로 사물을 보고 행동한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더불어시민당 양이원영 당선자가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생사기로에 선 두산중공업을 향해 "원전 노동자들을 훈련시켜 풍력(風力)에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구조조정 등으로 고통을 겪는 이 회사 전·현직 직원들의 참담한 처지에 대한 공감 부족에다 대기업을 구멍가게로 여기는 데서 나온 발언이다. 온라인엔 "불난 집에 부채질한다" "야구선수 보고 축구 시합 나가라고 한다"는 등의 반박 글이 앞다퉈 올라왔다.
사람이 권력을 잡으면 뇌가 바뀐다는 게 뇌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다.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활성화되는데 이렇게 되면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국회엔 "아무리 좋은 사람도 6개월이면 변한다"는 격언이 있다. 금배지란 권력에 취한 일부 선량들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국민이 얼마나 더 많이 상처를 입을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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