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태형의 시시각각·時視角覺] ②동전의 재발견

동전의 재발견.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동전의 재발견.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은행 창구 한쪽에 놓인 동전 모금함.

눈길이 부끄러운 듯 구석에 쪼그리고 자릴 잡았습니다.

삭풍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니 제법 묵직해졌습니다.

대구은행 계산동지점에서 지난 1년간 모인 동전을 세었습니다.

손톱만한 크기, 불면 날아갈 듯 가벼운 10원짜리가 수두룩합니다.

모두 11만6천270원.

꾀 큰 금액에 직원들은 절로 웃음보가 터졌습니다.

강물도 한방울의 빗방울에서 시작했다죠.

지난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만 4천13만7천699원이 모였습니다.

대구 1천7백96만1천119원, 경북 2천2백17만6천580원입니다.

금융권에서 행정복지센터까지 980여 곳 동전 모금함에서

고객이, 민원인이 한 닢 두 닢 보태고 또 더해 이만큼 커졌습니다.

동전은 긴급지원이 필요한 이웃에게 쓰였습니다.

전기와 수돗물이 끊긴 가정에 전기세와 수도세가 됐습니다.

치료를 미루던 아이에게 아픔을 더는 병원비가 됐습니다.

폐지줍는 어르신에게 소중한 마스크가 됐습니다.

밥을 거르던 친구에게 따듯한 밥 한끼가 됐습니다.

어느 소녀가장에겐 그토록 갖고 싶었던 예쁜 크레파스가 돼 주었습니다.

다보탑을 품은 10원, 벼이삭이 새겨진 50원...

쓸곳 없는 작은 동전이 누군가를 찾아가 짠한 선물이 되었습니다.

기부가 아니라도 좋습니다.

서랍속 잠자는 동전을 깨워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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