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의대 교수 8인·대구시의사회 임원들 '빛나는 헌신'

대구시 코로나19 극복 '숨은 헌신' 예방의학·감염내과 교수 8명 방역대책 자문단
2359시간 동안 방역 자문 "처음부터 대가 바라지 않고 참여, 대구시민 위한 공익활동으로 생각"
대구시의사회 코로나대책본부도 자신 병원 내팽개치고 자문단과 공조

(왼쪽 상단부터)김신우 경북대병원 교수, 이경수 영남대 의대 교수, 김건엽 경북대 의대 교수, 김종연 경북대 의대 교수, 홍남수 경북대 의대 교수, (왼쪽 하단부터)이중정 계명대 의대 교수, 황준현 대구가톨릭대 의대 교수, 황태윤 영남대 의대 교수, 민복기 대구시의사회 코로나19 대책본부장
(왼쪽 상단부터)김신우 경북대병원 교수, 이경수 영남대 의대 교수, 김건엽 경북대 의대 교수, 김종연 경북대 의대 교수, 홍남수 경북대 의대 교수, (왼쪽 하단부터)이중정 계명대 의대 교수, 황준현 대구가톨릭대 의대 교수, 황태윤 영남대 의대 교수, 민복기 대구시의사회 코로나19 대책본부장

대구에서 코로나19 방역대책을 주도해 온 의대 교수들이 지난 석달 동안 갖은 희생을 다하면서도 공식 예산으로 책정한 자문료마저 사양해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지난 2월 코로나 첫 확진자가 발생 직후, 대구시가 비상대응본부를 설치하면서 자문위원으로 위촉한 지역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의 예방의학, 감염내과 전공 교수 8명이다.

감염병관리지원단장을 맡은 김신우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상황반장인 이경수 영남대의대 교수(예방의학)를 비롯해 ▷경북대 의대 김건엽·김종연·홍남수 교수 ▷계명대 의대 이중정 교수 ▷대구가톨릭대 의대 황준현 교수 ▷영남대 의대 황태윤 교수 등이 이번 코로나 사태 극복에서 '선공후사(先公後私)' 헌신을 몸소 보여준 또 다른 영웅들이다.

◆자문위원 1인당 수천만원 수당 단호히 고사

10일 매일신문이 입수한 대구시 코로나19 비상대응본부 자문위원 수당내역에 따르면, 8명의 자문위원은 2월 18일부터 5월 4일까지 2천359시간 동안 활동을 펼쳤다. 24시간 내내 자문 활동을 했다고 가정하더라도 무려 98일치에 해당된다.

실제로는 하루 종일 대구시청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시시각각의 상황을 분석하며 대책을 수립했기 때문에 집계 이외의 활동 시간이 훨씬 더 많았다고 한다.

이들에게 책정한 수당액은 모두 1억8천930만원에 달한다. 1시간당 10만원의 단가와 하루 한도액 100만원을 근거로 한 금액이다.

하지만 자문위원들은 "자문 수당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을 대구시청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부터 대가를 바라고 자문위원직을 수락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개인별로 지급돼야 할 수당은 김종연 교수가 6천570만원으로 가장 많고, 이경수 교수 5천여만원, 김건엽 교수 4천500여만원 등이었지만, 자문위원 모두는 수령을 단호히 거절했다.

김신우 교수는 "내부 논의를 거쳐 결정한 게 아니다. 자문위원 모두가 돈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지도 않아서다"며 "감염과 예방의학 전문가로서 장기간 힘들어도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대구시민을 위한 공익 활동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경수 교수도 "대량 감염병 사태가 발생하면 병원과의 연계, 중앙방역당국과의 접근 등이 지자체 단위에선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절박한 심정으로 자문에 응한 것"이라며 "또 애초부터 수당은 관심이 없어서 전문가의 소신을 굽힘없이 전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자문위원 상당수는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한 푼의 대가 없이 대구시의 감염병 대책 마련에 활약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자문위원들은 거의 매일 아침 7시부터 새벽까지 자문만 한 것이 아니고 문서작업, 대응방안 수립 등 각자 공무원 몇사람 몫의 일을 하셨다"면서 "노고에 비하면 수당도 적은데 한사코 거절하니 미안한 마음이 더욱 크다"고 했다.

◆대구시의사회 임원들도 병원 팽개치고 함께 대응

자문위원들은 코로나19 즉각 대응을 위한 회의의 연속이었다. 대구 첫 확진자가 발생한 2월 18일 비상대응본부가 꾸려진 이후 매일 아침 8시 정례회의를 시작으로, 10시 30분 대구시장 브리핑과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 자료 준비, 브리핑을 마치고 11시 30분쯤부턴 다시 보완 회의를 가졌다.

그러다보면 점심시간이 따로 없어 시간되는대로 7천900원짜리 도시락으로 때운다. 오후 상황을 계속 주시하다가 오후 10시엔 시장과 실국장 등 20여명이 참석하는 마감회의를 갖는다. 그날의 환자 발생, 이송, 병상 확보 등을 논의하다보면 새벽 1, 2시를 넘기기 예사. 저녁은 주로 김밥, 컵라면이었다.

집에도 잘 가지 못하고 잠시 쪽잠을 자다 아침을 맞는 강행군은 대구 확진자가 한 자릿 수로 떨어진 4월 말까지 계속됐다.

자문단의 주요 임무는 ▷감염병 지역사회 확산에 따른 사전·사후 대응대책 ▷확진 환자 중증도 분류와 진료 및 이송 방침 ▷환자 발생에 따른 역학조사 ▷선별진료소와 보건소 업무 연계 조정 ▷중앙역학조사반과 연계한 지역 방역대책 수립 등이었다.

대구지역 코로나 방역 대책을 망라하는 활동은 대구시의사회 코로나19 대책본부도 자문단과 보폭을 함께 했다.

대구시의사회 소속 민복기 본부장을 중심으로 박원규, 김경호, 이상호, 심삼도, 김용한 원장 등 13명의 개업의도 진료를 줄이거나 휴일을 반납하고 시청으로 달려왔다.

특히 민 본부장은 석 달간 아예 자신의 병원을 내팽겨쳤다. 하루 확진자가 수백명씩 쏟아지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 지역의 대학병원장들과 소통하면서 실시간 병상 확보를 위해 잠시도 쉴 수가 없었다. 병원에서 필요한 물자 부족 해결도 그의 역할이 컸다.

민 본부장은 "대구 확진자가 5천~8천명까지 될 것으로 예측하고 병상 마련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며 "대구동산병원, 국군대구병원 등 환자를 수용할 인프라 확충이 빨랐던 점이 대구가 코로나19 대응을 잘 할 수 있었던 한 부분이었다"고 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